한국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한국 복싱계의 전설로 평가받는 고(故) 송순천 용인대 명예교수(1934∼2019)의 국립묘지 안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평온의숲에 안장돼 있다.
16일 용인대학교에 따르면 격기지도학과 복싱총동문회는 지난 15일 용인시 호텔 엘로라에서 ‘고 송순천 용인대 명예교수 국립묘지 안장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진표 격기지도학과 교수, 김영관 복싱총동문회 회장,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승배, 배우 임혁 등 체육 및 문화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국립묘지 안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성관 추진위원장은 “고 송순천 교수는 대한민국 복싱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국민훈장 석류장과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훈하며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될 만큼 체육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국립묘지 안장은 고인의 국위 선양과 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업적을 기리는 중요한 과정이며,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선수 생활 이후에도 한국 체육계 발전에 헌신했다. 용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고, ‘메달리스트의 전당’을 창립해 17년간 한국 올림피언(올림픽 참가 선수) 대표로 활동하며 국내외 체육 외교에 힘썼다. 특히 2019년 전국체전 100주년 개막식에서는 급성 폐렴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합창단으로 참여하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송 교수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복싱 밴텀급 결승전에서 독일의 볼트강 베란트 선수와 맞붙어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판정 논란 속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국력이 약해서 졌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스물 닷 돈짜리 사제 금메달을 수여한 일화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송 교수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용인대 복싱부는 1978년 창단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다수의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한국 복싱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고 송순천 교수는 2019년 85세를 일기로 영면했으며, 체육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