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8시. 아브라함홀 복도 밖으로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 위에서 팔꿈치까지 무릎을 들어 올려 보이는 20여명의 아이들은 “주님만 따라갈래요. 내가 바로 교회예요”를 열창하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서는 목사는 물론 장로 권사 집사할 것 없이 아이들의 율동을 따라 하고 있었다.
무대 위 지도교사가 “하나님께 찬양 드릴 친구들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외치자, 99㎡(약 30평)에 160개 좌석을 채웠던 아이들은 일제히 앞으로 나갔다.
아이들의 부름에 임성훈(53) 장로도 무대에 섰다. 임 장로는 국민일보에 “부끄럽지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툴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 아이들과 예수님 안에서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가 올해부터 시작한 ‘어린이금요생명기도회(어생기)’에서다. 어생기는 교회가 유치부(5~7세)부터 소년부(12~13세)까지 네 개 부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기도회다.
어생기에서 아이들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찬양과 기도회를 한다. 부모의 신앙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신앙을 성장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임준성(9)군은 “기도회를 참여하기 전에는 혼자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혼자 기도할 수 있다”면서 “(CCM)‘내 안에 부어주소서’를 율동과 함께 부르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김유나(11)양은 금요기도회를 참석하면서 설교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김양은 “교회 친한 언니가 말씀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며 “어생기에서 들은 말씀을 설교노트에 적으면서 예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노트를 다시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기도회가 끝난 뒤에는 이어지는 오락시간 만들기 활동 등은 아이들의 흥미를 이어가게 한다. 김양은 “금요일이 오면 이곳 친구들과 함께 놀고 활동할 것이 기다려진다”며 “한 번도 교회에 나오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나와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근영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에 “많은 가정이 부모는 기도회에 나와 은혜를 받지만 아이들은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 역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의 하나님’을 만나는 기적을 체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기독교적 가치관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도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생기는 단순히 어른 예배를 위한 아이들 돌봄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기도의 자리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며 “이는 신앙의 세대 간 연결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교회 본당에서는 어른예배인 금요생명기도회가 움직였다. ‘숨겨진 죄를 정리하고 새 미래로’를 주제로 설교한 김 목사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전쟁이 될 때 승리가 온다”며 “전쟁의 승리는 죄의 유혹을 완전히 제거하고, 하나님을 향한 철저한 순종에서 온다”고 했다.
수원=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