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펜으로 그렸다. 작품이 되었다” 하만홍 두들링전

입력 2025-03-15 11:50 수정 2025-03-15 12:36
작품 '시간의 흔적' 앞에 앉은 하만홍 작가.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렸다. 그 시간이 이렇게까지 흘러올 줄 몰랐다.”

펜으로 세밀화를 그리는 하만홍 작가가 전북특별자치도청 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하 작가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연 전시회에서 30여 작품을 선보였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만든 작품들이다.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하 작가는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예술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만홍 작가 작품 '천지창조.'

작품 '천지창조'의 일부분. 바로 위 그림을 형성하고 있는 40개 그림판 중의 하나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두들기는 두들링(Doodle ring Doodling)’이었다.

‘Doodle(두들)’은 딴생각을 하면서 뭔가를 끄적거리는 것을 뜻한다. ‘두들링(Doodling)’은 우리말로 ‘낙서’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정면에 설치된 ‘천지창조’가 시선을 압도했다. 10호 크기의 그림판 40개를 한데 이어놓은 작품이다.

이를 완성하는 데 4년의 시간이 걸렸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수십만번, 아니 수백만번 펜 터치를 통해 점과 점들을 선처럼 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우주’ ‘지구’ 등의 별칭을 붙였다.

“먼저 하나를 두드리고 이후에도 밤낮으로 두드리다 보니 어느새 큰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하 작가는 “앞으로 10호 크기의 작품을 옆으로 계속 연결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만홍 작가 작품 '훈민정음(모음).'

하만홍 작가 작품 '날자.'

작품 ‘척추’는 삶의 뼈대를 강조한다. ‘너도 있고 나도 있고’는 개미들의 행진 모습을 담았다. 한글 모음을 형상화한 작품도 있고, 본인의 이름과 부인의 이름을 그린 작품도 보인다.

그는 “밑그림도 없이 캔버스 위에 손을 올리고 그저 즉흥적으로 0.3㎜ 펜을 계속 놀렸다”며 “대부분 작품을 만드는데 한 달 이상의 기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 작가는 “낙서든 예술이든, 손이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두들링의 매력”이라며 “그리는 사람은 자유롭게 그리고, 보는 사람은 마음대로 보면 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렸던 고(故) 하반영 화백의 다섯 번째 아들이다. 하 화백은 7세에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 97세에 눈을 감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서양화를 비롯 한국화와 서예, 도예, 수채화,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