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퀴드 ‘임팩트’ 정언영이 퍼스트 스탠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리퀴드는 14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 라운드 로빈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1대 2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리퀴드는 1승3패를 기록, 대회에 참가한 5개 팀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 스테이지(준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조기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탈락의 아쉬움과 배움의 감사함이 공존한 날이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정언영은 “아쉽기도 하지만 배운 게 많다고, 깨달음을 얻었다고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로 2025시즌이 끝난 게 아니지 않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우리 팀에 연습을 통한 발전이 없다고 느꼈다. 이제는 리퀴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겠다”고 말했다.
당장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개선 사항은 팀을 위한 희생과 턴 활용이다. 정언영은 “개개인이 욕심을 줄이고 팀 플레이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 같다. 미니언을 덜 먹더라도 한타를 유리하게 만들거나 공간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들이 우리보다 턴을 더 잘 쓰더라. 우리 턴에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팀원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눠본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기량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느꼈다. 정언영은 “이번 대회에선 특히 내가 초반 집중력이 부족했다. 적어도 반반은 가야 하는 라인전 매치업인데도 밀렸다”고 말했다. 라인 스와프 방지 패치가 갑작스럽게 적용됐는데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게 스스로 생각하는 부진의 원인이다. 그는 ”나르와 제이스는 LTA에서 사장되다시피 했던 챔피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주류 챔피언이 됐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업으로 삼은 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여전히 배움엔 끝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다른 리그 탑라이너들의 암베사를 몸소 상대해보고는 챔피언에 대한 해석을 새로 하게 됐다. 정언영은 “LTA에서 암베사는 뒷라인에 압박감을 심어주는 챔피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탑라이너 선수들이 아웃복싱 스타일로 세게 딜을 넣더라. 실드를 활용해서 타워 다이브까지 하는 걸 당해보고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단순히 1승3패란 성적만으로 요약할 수 없는 값진 경험들. 짧은 일주일간의 여정이었지만 얻고 가는 게 지난해 월즈보다 많다는 게 정언영의 생각이다. 그는 “스플릿 1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나아갈 길이 안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퍼스트 스탠드에 참가하는 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작년 월즈보다 많은 걸 배워간다. 스플릿 2와 MSI에서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오늘 한화생명 상대로 2세트를 이겨서 보시는 분들께서도 재미있으셨을 것”이라면서 “기세를 3세트까지 이어나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진 게 정말 아쉽다. 자잘한 실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바꿔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다. 이번에 나온 실수들을 전부 고쳐서 발전해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