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새학기, 교사들이 다짐한 ‘선진 교육’

입력 2025-03-14 20:23 수정 2025-03-16 21:33

올해도 어김없이 새학기가 찾아왔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도 저마다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마주하는 시기다. 교사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기독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한성준·현승호) 소속 교사들에게 연락해 봤다. 이들은 “‘선진 교육’을 주장하고 행하겠다”며 어느 때보다 당차게 답했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게 된 덴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교사들은 지난달 초 한국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약 2주 동안 7개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했고, 애리조나주립대 사범대 교수 및 연구진들과 두 차례의 학술 교류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 교육과는 확연히 다른 미국 교육을 보면서 선진 교육의 정체를 자각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학교장 리더십이었다고 한다. 방문하는 학교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무전기와 열쇠 꾸러미를 갖고 있었고, 호루라기를 목에 건 분도 있었다. 학생들 지도나 학부모 소통, 교사 지원, 방문자 안내 등의 역할도 직접 담당했다. 이처럼 미국 학교장들은 학생과 교사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학교장 본연의 업무로 인식했다. 한국의 학교장들이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우리나라는 서이초 사건 이후 분리지도 장소와 주체, 민원 처리의 주체 등을 놓고 적잖은 내홍이 있었다. 이제는 학교장들도 학생들의 삶과 교사들의 생활에 더 깊이 관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전문 분야 교사들이 존재하는 것도, 한국 교사들에겐 특별하게 다가온 대목이다. 한 교실에 한 명의 교사만 있는 게 아니라 3~4명의 교사가 존재했다. 담임 교사를 비롯해 상담 교사, 기초학력지도 교사, 정신분석지원 교사 등이 배치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교과 교사나 담임 교사가 혼자서 모든 분야를 가르치다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미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전문 교사들을 양성하고 상호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학교가 배움의 본질을 보다 잘 구현할 수 있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교사들은 히스패닉 학생이 많은 학교도 방문했다. 이 학교에선 영어와 스페인어가 공존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학생들에게 영어를 주입식으로 가르쳐 미국인으로 만들려 하기보다, 다양한 인종과 출신 배경을 ‘있는 그대로의 정체성’으로 존중하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는 것이다. 현승호 대표는 “‘You are the other me(네가 또 다른 나다)’라고 말하는 현지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힘이 느껴졌다. 미국의 힘이 다양성 존중에서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줬다”고 했다.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초석을 세우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중차대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선진 교육을 도입하는 게 급선무다. 좋은교사운동 교사들이 선진 교육의 본산인 미국으로 직접 가서, 이를 보고 느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경험이다. 앞으로 뜻있는 교사들의 노력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크게 변화시키는 밀알이 되길 소망해본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