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이 폼펙터·케미스트리 다변화를 통해 시장 침체를 돌파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이에 필요한 비용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지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기존 주력 제품용 생산설비를 다른 제품용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수조원대로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배터리 셀 업체 관계자는 “각 사업부에서 폼팩터·케미스트리 다변화가 수반하는 비용을 추산해 최고경영진에 자금 마련을 요청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15일 말했다. 삼성SDI는 전날 리튬인산철(LFP), 전고체 배터리로의 케미스트리 다변화 등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전기차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셀 업체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배터리 사양이 다양해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단일 폼펙터 집중·LFP 배터리 경시 분위기는 옛말이 됐다.
그간 파우치·원통형에 집중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과거 파우치형만 만들던 SK온은 지난해 하반기 원통형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며 연구·개발에 나섰고, 각형 배터리는 이미 개발을 마친 후 본격적인 설비 투자를 위해 고객사를 물색 중이다.
삼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하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배터리 3사 모두 중국이 잘하는 LFP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케미스트리 다변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시제품을 대량 양산, 상용화까지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 공장을 짓는 만큼은 아니어도 기존 설비를 새로운 제품용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만드는 전극, 조립, 화성 공정 가운데 전극 공정까지는 생산하는 배터리 폼펙터가 바뀌어도 유사하다. 하지만 조립, 화성 공정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지을 때 때 토지, 건물 관련 비용이 60~70%고 기계, 장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30~40%”라며 “생산시설을 새로운 폼펙터·케미스트리용으로 전환할 때 기존 설비투자의 30~40%에 해당하는 수조원대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