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굽히지 않겠다" 강경 발언…관세전쟁 격화

입력 2025-03-14 1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에 대해 유연하다는 입장을 밝힌지 하루만에 “굽히지 않겠다”고 다시 강경한 스탠스를 보이자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무역전쟁 당사자들이 "굴복하지 않겠다"며 관세를 둘러싼 기싸움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협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무역 대상국에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인 4월 2일까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태동된,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악랄한 조세 및 관세 당국인 유럽연합(EU)이 막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못된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세가 즉시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와 다른 EU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와인과 샴페인 사업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전날 EU 집행위원회는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단계 보복 조처로 내달 1일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에 품목별로 10∼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같은 달 13일부터는 2단계 조처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미 공화당 주(州)의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다년간 갈취당했고,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알루미늄이든 철강이든 자동차든 나는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4월 2일 자로 계획한 (상호) 관세에 변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뒤 나왔다.

전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flexibility)"이라고 항변한 뒤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각종 경고음에도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과 맞물려 미국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지난 3주간의 작은 변동성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기 및 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