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 창립회원이자 KPGA 6대 회장을 역임한 한장상(84) 고문이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골프 인생 70년을 담은 평전을 발간했다.
한장상 고문은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KPGA 빌딩에서 열린 ‘한장상, 한국 골프의 전설(저자 박노승)’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이렇게 전기가 나오게 됐는데 고맙다는 말씀밖에는 못 드릴 것 같다”며 “박노승 칼럼니스트 그리고 KPGA 김원섭 회장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한장상 고문은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통산 22승(국내 19승, 일본투어 3승)을 거뒀다. 1960년 ‘제3회 KPGA 선수권대회’서 생애 첫 승을 올렸고 이후 국내서 18회의 우승, 일본에서 3회의 우승을 더 추가했다.
특히 1964년부터 1967년까지 ‘한국오픈’ 4연속 우승, 1968년부터 1971년까지 ‘KPGA 선수권대회’ 4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또한 ‘제1회 KPGA 선수권대회’부터 2007년 ‘제50회 KPGA 선수권대회’까지 단일 대회서 50년 연속으로 출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KPGA 선수권대회에서 통산 7승을 거둬 대회 최다 우승 기록로 보유중이다.
1972년에는 일본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인 故 연덕춘(1916~2004년) 고문이 1941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오픈’ 타이틀을 획득한 지 31년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쾌거였다.
197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1라운드에는 5오버파, 2라운드에서는 3오버파를 쳐 컷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출전만으로도 한국 골프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족적이 아닐 수 없다.
한장상 고문은 1972년 ‘일본오픈’ 우승 당시 일본의 골프 영웅 점보 오자키와 경쟁을 펼쳤던 순간을 소개했다. 그는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홀이 파5홀이었다. 오자키가 야구를 했던 선수라 평균 거리가 나보다 30m 이상은 더 나갔다. 나는 3온을 한 상황이었고 점보 오자키 선수는 2온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래서 오자키에게 ‘2온에 실패하면 나에게 진다’고 농을 건넸다. 그런데 실제로 오자키가 2온에 실패하면서 우승하게 됐다. 어려운 시기에 한 우승이어서 인생이 다시 한번 살아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많은 정재계 인사들과의 골프 일화도 소개했다. 한장상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님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박 대통령은 골프를 하면서도 나라 걱정을 많이 했고 이 회장은 정말 골프를 잘하고 싶어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골프를 시작한지 70년이다. 골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정말 끝이 없고 한이 없다. 지금은 골프가 하나의 활성화된 운동이지만 당시 골프는 먹고 살기 위함이었다”라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두 다 말할 수 없다. 혼자서 울기도 하고 대회 때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세월이 흘러 그때 고생과 눈물이 앞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회한의 메시지를 남겼다.
출판 기념식에 참석한 KPGA 김원섭 회장은 “KPGA 창립회원이자 대한민국 골프의 전설인 한장상 고문님의 전기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본 책자는 앞으로의 한국 골프사에 중요한 사료로 길이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저자 박노승씨는 “골프 역사가로서 한국의 골프 역사를 올바르게 잡고 남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원고를 작성했는데 30번이 넘는 인터뷰를 하며 책을 함께 만든 한장상 고문님과 오랜 기간 함께 응원해주신 KPGA 김원섭 회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며 “향후에도 골프 영웅들의 전기를 남겨 골프 역사가 보존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