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명 중 3명이 종교기관의 사회적 역할 수행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긍정평가에서 대부분의 사회기관이 상승세를 보인 반면, 종교기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사회기관 역할수행평가’를 보면 국민 10명 중 2명(23%) 정도만 “종교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 평가를 받은 사회복지시설(5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응답률이다. 긍정평가는 사회복지시설, 초중등 교육기관(52%), 대기업(52%), 고등교육기관(41%), 의료기관(39%), 국가기관과 지자체를 제외한 공공기관(32%), 시민단체(31%), 종교기관, 언론사(21%), 정당(7%) 순으로 파악됐다.(그래픽 참조)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사이 긍정평가 변화다. 의료기관 역할수행 긍정평가는 21% 포인트 상승했고 사회복지시설, 고등교육기관, 초·중등교육기관에 대한 긍정평가도 각각 17·12·11% 포인트씩 뛰었다. 조사에서 긍정평가 응답률이 상승하지 않은 사회기관은 종교기관과 정당이 유일했다. 종교기관은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평가를 받았고, 정당은 1% 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종교기관을 둘러싼 냉소에 ‘기관별 평가 기준의 차이’와 ‘교계의 공공성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재은 총신대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복지기관이나 대기업, 교육기관 등은 기능적 측면에서 평가받지만, 종교기관은 도덕성 측면에서 평가받는다”며 “기관별 평가 항목을 기능과 도덕성으로 구분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종교기관은 지도자나 교인들의 삶이 기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건 다소 가혹해 보인다”면서도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종교기관을 평가하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교계가 이번 결과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백석대 교수는 “국민이 다른 기관들과 견줘 종교기관엔 사회적 공헌을 크게 느끼지 못해 낮은 점수를 준 듯하다”며 “하위권에 있는 기관들을 보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종교기관이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면 개인의 신앙 성장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공적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한국리서치 조사는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