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호재·악재 순차 등장했던 트럼프 1기…이번엔 동시에

입력 2025-03-13 15:00

한국 정유 업계에 대한 호재와 악재가 차례로 등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때와는 달리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에 대한 트럼프 2기의 영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임기 초는 한국 정유사들에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친(親) 화석연료 정책에 따라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증가했고, 미국은 원유 수출량을 늘렸다. 저렴한 미국산이 세계 시장에 쏟아지면서 원유를 수입해 쓰는 한국 정유사들은 원재료 비용을 아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0.2%에 불과했던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7년 1.2%, 2018년 5.3%, 2019년 11.6%로 증가했다. 저유가는 정유 제품 수요도 자극했다. 낮은 비용, 높은 수요로 정유사들의 높은 정제마진을 누렸다.

그러나 2018년 중반부터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악재가 등장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로 통상 경색이 심화하면서 양국 간 교역이 확 줄었다. 이는 미국 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유럽·아시아 시장까지 그 영향이 파급됐다. 글로벌 경기 하강과 함께 정유 제품 수요도 감소했고, 이는 정제마진 악화로 직결했다.

트럼프 1기 시기 한국 정유 4사 실적을 보면 임기 초인 2017년 전년 대비 증가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임기 말까지 내리막을 걸었다. 2017년 3조2343억에 달했던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2018년 2조1202억원, 2019년엔 1조2812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2조16억원→8797억원), 에쓰오일(1조3733억원→4201억원), HD현대오일뱅크(1조1378억원→5220억원) 등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임기가 막 시작된 현재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등장해 업황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화석연료 생산을 늘려 미국 제조업 단가를 낮추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74 달러에서 내년 66 달러로 약 1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 단기적으론 유가가 떨어지면서 재고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저유가는 소비를 진작시켜 정유 제품 수요를 늘린다. 반면 트럼프 2기가 집권하자마자 쏟아내는 ‘관세 폭탄’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조처는 물동량, 선박 및 항공 수요, 교역량 등을 일제히 줄여 수요를 위축시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초 긍·부정 요인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다”며 “어떤 요인의 영향이 더 클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13일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