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군 오폭’ 비아냥… “조금만 더 북쪽 투하됐으면 어찌 됐겠나”

입력 2025-03-13 05:3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공군 전투기의 민가 오폭 사고를 거듭 언급하며 한·미 연합연습 관련 비난을 이어갔다. 경고 없이 도발하겠다는 의사까지 드러내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직접적인 도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위험천만한 미·한(한·미) 합동 군사연습의 불길한 전조’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싣고 “괴뢰 전투기 2대가 민간마을을 겨냥해 공습을 가하는 초유의 ‘동시 오폭’ 사건이 일어났다”며 “조금만 더 북쪽으로 투하돼 우리의 국경선을 넘어섰더라면 사태가 어떻게 번져졌겠는가”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언급한 ‘불길한 전조’는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에서 한·미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에 앞서 진행하던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발생한 KF-16 전투기의 오폭 사고다. 신문은 “핵 대 핵이 맞붙은 세계 최고의 위험지대에서 미·한의 악의적인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에 대처해 공화국 무력이 최대의 격동상태에 있는 현시점에서 우발적인 한점의 불꽃이 조선반도와 지역, 세계를 새로운 무력충돌에 말려들게 할 수 있었음은 결코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문은 오폭 사고 여파로 이번 FS 연습에서 실사격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일체 실탄 사격을 금하는 일종의 ‘벙어리 연습’”이라고 비하했다. 그러면서 “전쟁 광란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 국가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환경에 대한 위협은 언제 가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만약의 경우에는 경고 없이 무자비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지난 8일에 이어 대내 선전용 매체인 노동신문에 오폭 사고 내용을 재차 보도한 것은 대남 적개심 고취 의도로 해석된다. ‘우발적 충돌’을 거론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핵 무력 강화 노선에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의중도 엿보인다.

다만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파병,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등으로 군 병력을 동원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고 도발하기 위해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며 “김정은은 핵을 완성했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더이상 (핵이 아닌) 군사 위협을 진행하기에도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군은 남북, 북·미 간 긴장 국면에서 동계훈련, 군 건설 투입, 러시아 파병 등으로 피로 누적이 극대화됐을 것”이라며 “(북한도) 군 대 군의 맞대응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군사적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메시지는 외부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며 “오폭 사고와 같은 사건을 계기로 우발적 충돌, 핵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