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 1930년대처럼…” 헤지펀드 대부의 경고

입력 2025-03-12 18:06 수정 2025-03-12 18:07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월스트리트저널 주최로 열린 ‘퓨처 오브 에브리싱’(모든 것의 미래)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의 관세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 상황에 빗대며 국가 간 분쟁 확대를 경고했다.

미국 CNBC방송은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컨버리지 라이브’ 행사에 참석한 달리오의 발언을 소개하며 “그는 최근의 무역 갈등을 역사적으로 반복된 흐름의 연장선으로 설명하면서 1930년대 독일을 예로 들었다”고 보도했다.

달리오는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를 가장 시급한 위험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이 다른 국가에 부채를 사들이도록 압박하거나 일부 채권국에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목격하는 것처럼 정치적, 지정학적 변화는 역사적으로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30년대 독일은 내수 증진을 위한 관세 인상, 자국의 기반 구축과 함께 부채를 상각했다. 국가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군국주의로 향했다”며 “이런 정책은 결국 모든 것의 대립, 모든 것의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세는 국가 간 싸움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제국이 해체돼 바이마르 공화국을 세운 당시의 독일은 승전국들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초인플레이션을 겪었고, 1930년대에는 세계 대공황까지 겪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독일은 대중적 지지를 얻은 나치 당수 아돌프 히틀러에게 장악됐고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달리오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보라.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그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관점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관찰자로 전제하면서 “나는 이념론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반드시 군사적 대결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달리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로 거시경제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한 투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2020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자산이나 상품보다 하락한 통화 가치 탓에 현금을 보유하면 손해라는 취지로 “현금은 쓰레기”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당시 고물가·고유가 국면에서 찾아온 인플레이션으로 적중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