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Demokraatit)이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서 11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그린란드 총선 결과 민주당이 29.9%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총선에서 기록한 9.1%의 득표율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또 다른 야당인 방향당(Naleraq)은 24.5%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집권당 이누이트공동체당(IA)과 연정 파트너인 전진당(시우무트)은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당의 합계 득표율은 36%에 그쳤다. 지난 총선 득표율(66.1%)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린란드 총선에선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이 핵심 쟁점을 형성했지만 미국 편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독립의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각 정당의 차이가 부각됐다.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기업 친화적 성향의 중도 우파로 시간을 두고 그린란드의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누이트공동체당과 전진당 역시 독립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방향당은 그린란드의 독립에 가장 적극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비판적이다. 방향당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에 이용할 수 있고, 향후 4년 내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날 총선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린란드 정부 고문을 지낸 줄리 라데마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초반에는 덴마크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초점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접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그린란드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필수적이라며 미국의 영토로 만들겠다고 거듭 얘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린란드 주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전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현재 의석을 가진 5개 정당의 지도자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구 5만7000명의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옛 식민지였으며 1979년 자체적인 첫 의회를 구성하면서 자치권을 얻었다. 하지만 덴마크는 여전히 외교, 국방, 통화 정책 등을 통제하며 연간 10억 달러 미만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란란드 의회를 구성할 31명의 의원을 뽑는 이날 총선은 북극 섬 전역의 72개 투표소에서 시행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