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남미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자 행렬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파나마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며 올해 1~2월 다리엔 갭을 건너 파나마로 들어간 이민자 숫자가 전년 대비 95.8% 감소한 3045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다리엔 갭은 파나마와 콜롬비아 국경지대 지협으로 대부분이 개발되지 않아 범죄자나 불법 이민의 통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콜롬비아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28일 사이 다리엔 갭 인근 네코클리와 아칸디에는 1639명이 미국으로의 밀입국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또한 네코클리 등 불법 이민 루트의 주요 거점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최근 2년 동안 네코클리를 통과해 미국 방향으로 향하는 이주자들의 일일 유입량은 100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숫자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코클리의 인력거 운전사인 다니엘 곤살레스는 “지난해는 하루 평균 100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4분의 1만 벌어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국경 통제가 강화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1월 20일 출범과 동시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했던 임시 체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 시도를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주민과 미국 내에 경제적 지원자가 있는 일부 국적의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이민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알비스 멘도사는 “트럼프가 국경을 폐쇄해서 떠나야 했다”며 “멕시코에서 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T는 “(네코틀리 등) 해변 도시의 이민자 유입 감소는 트럼프의 국경 통제 정책이 라틴아메리카의 이민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불법 이민 증가 시도가 아메리카 대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히려 다리엔 갭을 통한 불법 이민 감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미국 내 마약 밀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리엔 갭은 지형이 상당히 험하기 때문에 불법 이민 통로로 사용되기 전엔 주로 마약 밀매 등 범죄 루트로 활용됐다.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중 하나인 ‘클란 델 골포’가 이를 활용한 대표적 조직이다.
다리앤 갭 범죄 활동에 관한 2023 국제위기그룹(ICG) 보고서를 작성한 브람 에버스는 “다리엔 갭의 불법이민은 이 지역의 범죄와, 위기를 국제적 의제로 끌어올렸고 미국으로 향하는 코카인의 주요 통로로서 역할을 부각시켰다”며 “이같은 관심에서 멀어지면 마약밀매 조직이 코카인 밀매를 지속하고 범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