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모든 무역상대국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한국도 영향권에 들게 됐다. 트럼프는 발효 직전까지 캐나다에 대해서는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25%로 원상 복귀시켰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계속됐다.
트럼프가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은 예정대로 12일 0시 1분부터 발효됐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존 행정명령에 따라 예외나 면제 없이 캐나다와 모든 무역 파트너국에 대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가 12일 자정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행정명령 발효로 한국도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t)가 폐기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관련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면제를 종료하고 새로운 면제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 면제가 의도치 않게 허점을 만들어 중국산 철강이 다른 국가를 거쳐 무관세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관세 예찬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해외 기업)은 25%든 어떤 관세가 되든 내고 싶지 않아 한다”며 “관세는 더 높을 수도 있다. 높을수록 기업들이 (미국에) 건설할 것인데 궁극적으로 가장 큰 성과는 관세가 아니다. 가장 큰 성과는 그들이 우리나라로 오게되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철강 등 관세 발효 직전까지 캐나다와 기 싸움을 이어갔다. 그는 전날 오전 트루스소셜에 “나는 상무장관에게 세계 최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를 추가한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12일 아침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10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대해 25% 수출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보복 대응이었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의 통화 이후 관세는 기존 25% 원점으로 돌아갔다. 온타리오주가 이날 대미 수출 전기에 대한 할증료 부과를 잠정 중단한다며 한발 물러서자, 트럼프도 이날 관세 추가 부과를 철회한 것이다. 결국 미국은 캐나다산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트럼프가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국가별로 협상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과 호주, 유럽연합(EU) 등은 관세 면제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관세 문제를 미국과 협의 중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시시각각 바뀌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전면적 관세 부과를 시행했지만, 산업계 등의 우려가 커지자 하루 만에 자동차 등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 한 달간 적용을 유예하겠다며 방침을 바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에 대한 1개월간의 유예 조치로 인해 궁극적으로 어떤 정책이 시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의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롤러코스터 관세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트럼프는 다음 달 2일부터 각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계산해 맞대응하는 상호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는 관세를 예고한 뒤, 발효 시점이 임박해서 유예하거나 조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CNN은 “이번 조치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및 산업재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원자재뿐 아니라 금속을 사용해 만든 수입 부품의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