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반군, 약 500명 탄 열차 납치…“정치범 석방하라”

입력 2025-03-12 10:45 수정 2025-03-12 13:15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보안군이 발루치스탄주 남서부 마흐에서 기차를 납치한 무장 반군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남서부에서 무장반군이 열차를 납치한 뒤 승객 수백명을 인질로 잡고 보안군과 대치하고 있다. 반란군과 보안군 간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다수 사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감 중인 정치범을 풀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며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퀘타에서 출발해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로 향하던 열차가 퀘타에서 약 160㎞ 떨어진 마슈카프 터널에서 무장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 열차는 총 9량으로 구성됐는데, 승객 약 500명이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반군 수십명이 철도 선로를 폭파하고 열차에 총을 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인원이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루치스탄주 경찰 간부 라나 딜라와르는 로이터에 반군이 승객 신분증을 확인하며 발루치스탄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찾아냈고, 일부 무장세력은 승객 30여명을 납치해 산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머지 반군이 기차에 남아 승객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보안 당국은 보안군이 출동해 현재까지 승객 100명 이상을 구출했고, 일부 무장반군을 사살했다.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BLA는 현재 기차에 승객 245명이 탑승해 있고, 자신들이 파키스탄군 소속 무인 항공기를 격추했으며 출동한 군인 3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BLA는 또 열차 승객 중 여성과 어린이, 노인, 발루치스탄주 주민 등은 안전하게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BLA는 이어 수감 중인 발루치스탄 정치범·독립운동가 등을 48시간 내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보안군 개입이 계속되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인질을 처형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발루치스탄주는 아프가니스탄·이란과 국경을 맞댄 곳으로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중국은 이곳에서 ‘일대일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BLA 등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반군은 ‘파키스탄 정부와 외국 자본이 지역 자원을 착취한다’며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압박 수단 중 하나로 외지인을 대상으로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군도 대대적인 진압작전으로 맞서며 유혈사태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