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경영 위기에 빠진 이후 마트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 속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보며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장기적인 업황 부진 속 돌파구를 찾는 일은 두 회사에 남겨진 숙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7일 장중 8만7900원까지 오르는 등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가가 8만5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롯데쇼핑 주가는 같은 날 6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3월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주가 상승세의 배경으로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향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홈플러스 점포들의 추가 매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기존 홈플러스 이용객들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홈플러스 대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이마트(할인점) 132개 매장 중 홈플러스와의 영업 경합지는 70개 정도로 (이마트에) 최소 5%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홈플러스 납품 중단으로 인해 재고 처리가 필요한 제조업체에 대해 이마트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 또한 수익성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신규 점포를 출점하고 리뉴얼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오픈했고,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푸드마켓 고덕점과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3개의 점포를 추가로 열겠다는 구상도 있다. 롯데마트도 1월 천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구리점 개장을 준비 중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새 점포를 오픈할 가능성이 작다. 대다수 매장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기준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매장은 155개, 홈플러스는 126개, 롯데마트 111개다.
다만 홈플러스 사태와 별개로 대형마트 업황 악화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쇼핑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파구를 찾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