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저지 반격 시작됐다

입력 2025-03-11 14:17 수정 2025-03-12 18:08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G.A.M.E 플랜’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반격의 신호탄이 국회에서 쏘아 올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주 출범한 게임특별위원회는 1호 플랜으로 내세운 ‘게임이용장애 저지’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주 관련 업계, 학계 등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특위가 ‘저지’라는 강한 표현의 카드를 꺼낸 데엔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의가 수년째 진전 없이 ‘답정너’ 상태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실제 국내 도입 여부를 판가름한다며 출범한 민관협의체가 6년 가까이 방향성 없이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특위 출범 과정에서 강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민주당 게임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향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 게임·e스포츠 공약이 특위를 통해 나온다. 국회 다수당이 게임이용장애 저지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관련 논의의 방향성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강유정 의원은 지난 7일 출범식에서 게임 2대 강국인 미국이 게임이용장애를 인용하지 않은 사례를 들며 “문화 강국에서 게임을 질병화하는 건 자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위 위원장을 맡은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저지하고 과학적 근거의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ICD)에 등재한 뒤 국내에선 이를 도입할지를 놓고 찬반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갈등이 커지자 같은 해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관련 연구를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이 확실시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통계청 관계자가 원칙을 이유로 WHO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일 하면서다. 민관협의체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시기를 잘못 산정하며 전문성 논란까지 키웠다.

민관협의체는 명확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양측 입장차만 확인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무용론까지 근래 불거졌다. 게임이용장애의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파장을 연구하겠다고 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편향성과 자질 논란만 남긴 채 관련 연구는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민관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이해관계가 다른 각 산업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뚜렷한 표본 자료 없이 각자 주장만 확인하는데 (국무조정실이) 중간에서 중재하려는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합의를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때가 되면 한번씩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회의석상에서 나온다. 이렇게 시간 끌다가 자연스럽게 도입되는 게 아닌가 참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