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사실 버젓이 홈피에 있었는데도…‘대명률’ 보물 지정된 지 9년만에 취소

입력 2025-03-11 13:36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 자료인 대명률(大明律)이 보물 지정 9년 만에 지정이 취소된다. 국보·보물의 지정 취소는 처음이다.
보물로 지정된 지 9년만에 취소되는 대명률. 국가유산청 제공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대명률은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명나라의 형률(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이다. 희귀본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정됐지만, 2016년 보물 지정 이후 4개월 만에 장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대명률 표지. 국가유산청 제공

앞서 문화 류씨 집안의 원소유주는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인 육신당을 통해 이를 포함해 현판과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2011년 신고했다.

경북의 한 사립 박물관장이던 A씨는 2012년 장물 취급 업자로부터 1500만원에 이를 사들여 이후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A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들통 나면서 A씨는 문화재보호법(현재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2월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명률'은 국보·보물 지정 심의 절차에 따라 2013년 12월 경북 영천시를 통해 보물 지정을 신청했으며, 경북도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이후 관계 전문가 3명 이상의 조사를 거쳐 문화유산위원회 논의 절차도 마쳤다.
따라서 2016년 최종 보물 지정까지 장물임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안이한 지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2011년부터는 국가유산청 누리집에 '대명률'의 도난 사실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신고 당시 관련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명률 같은 책자는 여러 판본이 있을 수 있어 동일 책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