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교통사고로 쓰러진 40대 가장, 4명 살리고 떠나

입력 2025-03-11 10:01
지난달 28일 심장과 간장 등을 기증해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임봉혁씨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40대 가장이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8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임봉혁(45)씨가 심장과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렸다고 11일 밝혔다. 임씨는 피부와 뼈 등 인체 조직도 기증해 기능적인 장애가 있는 환자 100여명에게도 삶을 이어갈 희망을 전했다.

기증원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달 21일 퇴근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뒤 차에 치였다. 임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임씨는 생전 ‘삶이 다할 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했다고 한다. 유가족이 장기 기증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씨는 경기도 고양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온화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남들이 잘 먹으면 젓가락을 느리게 움직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9살 딸 혜민양과는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였으며, 폐섬유화 등으로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효자였다.

임씨 부인 강영미씨는 “혜민 아빠, 여기서는 자기보다 남을 위해 살았으니까 하늘나라에서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그리고 우리 혜민이 잘 지켜주고. 나도 여기서 아버님, 어머님 잘 챙기고 혜민이랑 행복하게 지낼게요. 우리 다음에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