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000원 육박에도… 일본 여행, 지속 전망

입력 2025-03-11 05:05

일본의 금리 인상 행보로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여행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저렴한 비용에 일본 여행을 즐겼는데 여행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9시~3시30분) 종가는 984.04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 기준 980.32원보다 3.72원 오른 것이다. 원·엔 환율은 2023년 5월 16일(984.37원) 이후 21개월 만에 984원을 넘었다.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8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최근 980원까지 올랐다. 금리 인상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폈던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엔화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선 한국인 인기 해외 여행지 1위를 유지해온 ‘일본 여행 붐’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엔저 현상으로 항공권과 숙박·쇼핑·관광 등 경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여행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돼 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해 일본으로 떠난 승객은 251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엔화 급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을 택했었는데,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 여행 말고 동남아 쪽 여행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모(34)씨는 “엔화 상승으로 여행 경비가 늘어난 것을 맞지만 국내 물가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것은 틀림없다”고 답했다.

현재까지만 보면 엔화 상승의 여파는 크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내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출입국 합산)은 총 23만195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만509명)보다 10.2% 늘어난 수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예약률이나 탑승률에 변화가 없다”며 “일본을 뛰어넘을 대안 국가가 많지 않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최근 인천~일본 고베, 인천~이시가키지마 등 신규 소도시 노선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