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료계 블랙리스트 방조 혐의’ 메디스태프 압수수색

입력 2025-03-10 16:52

경찰이 ‘의료계 블랙리스트’ 유포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부터 서울 강남구 메디스태프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다. 경찰은 메디스태프 측이 지난해 벌어진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방조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의정 갈등 발생 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거나 복귀한 의사들의 신상 정보가 메디스테프 게시판 등을 통해 유포된 사건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해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대거 떠난 가운데 남아 있는 전공의 신상이 ‘참의사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이곳에 공개된 바 있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벌이 가시화되던 6월 말에는 복귀한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 의대생, 전공의 자리를 메우는 전임의(펠로) 등의 명단이 담긴 ‘복귀 의사 리스트’가 나돌았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기동훈(40) 메디스태프 대표를 지난해 9월 정보통신망법 위반·교사·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서민위는 메디스태프가 의료계 블랙리스트 유포 경로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기 대표가 사이트 보안을 강화해 글 작성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교사·업무방해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 대표는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희는 이번 사태 이후로 플랫폼 원칙에 맞춰 이용자 정지, 게시글 정지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도 최근 메디스태프 회원들에 대해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돼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6일 수원남부경찰서로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진정서에는 해당 커뮤니티에 부적절한 내용이 게시돼 있어 작성자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도 지난달 교육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연세대 의대 학생들의 수업 방해 의혹을 입건 전 조사 중이다. 메디스태프를 통해 집단행동에서 이탈한 연대 의대생 50여명의 명단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스태프에선 복학한 의대생들을 ‘감귤’이라며 조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학하기로 했다가 집단 괴롭힘이 두려워 다시 휴학을 선택한 이들은 ‘회개 감귤’이라는 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