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도 사역입니다” 주차난 해법 찾는 도심교회

입력 2025-03-10 15:19 수정 2025-03-11 10:39
서현교회 주차위원들이 9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에서 '주동행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본당에서 찬양이 흐를 때 주차장에선 한숨이 새어 나온다. 예배당 내 말씀의 은혜가 가득한 시간, 주차장의 봉사자들은 불시에 터질 민원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주차 전쟁’은 여전히 도심 교회들이 주일마다 풀어야 할 난제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도 역시 최근까지 주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배 시작 무렵이면 교회 주변에 차량이 몰려 도로 위 운전자들의 원성이 높았고, 인근 주택가에 주차하는 교인들을 보고 교회에 찾아와 항의한 지역 주민도 있었다. 교회 내부에서도 새가족이 교육을 받는 중 차를 빼러 가거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현장 예배를 꺼리는 등 곳곳에서 민원이 제기됐다.

도심 교회들의 주차난 해소 실험

수영로교회 주차위원이 최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하지만 지난 9일부터 서현교회 주차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교인이 주차 캠페인에 팔을 걷어붙이면서다. 캠페인 명칭은 ‘주동행’. ‘주’일주차 ‘동’네 주차장에 하고 ‘행’복한 예배드리기란 문장에서 따왔다.

이날부터 교인들은 교회와 주차 공간을 나눠 쓰기로 한 도보 2분 거리의 예식장 주차장이나 교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 내 주차 공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교역자들은 교회와 약 1㎞ 떨어진 극동방송 건물에 주차한 뒤 버스를 이용하는 식으로 솔선수범에 나섰다. 주변의 무료 공영주차장,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 가능한 유료주차장도 안내됐다. 교회 주차장은 주로 새가족 노약자 다자녀 가정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다. 교회는 주동행 캠페인으로 주차 공간 60면을 추가 확보했다.

서현교회 봉사위원장인 안익훈 장로는 “지난 주일까지만 해도 예배 시작 20분 전이면 차들이 테트리스 블럭처럼 꽉 찼다. 예배 시작 전까지 주차 공간이 남아 있는 건 오늘 처음 본다”며 반색했다. 두 살 터울 남매를 데리고 예식장 주차장을 이용한 정호영 집사는 “본예배보다 늦게 끝나는 아이들 예배가 늦게 끝나는데 교회에 주차하면 본예배가 끝난 뒤 곧장 차를 빼줘야 한다”며 “오늘부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예배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잇따른 주차난에 주차를 사역으로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도심 교회들은 이밖에도 적지 않다.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주일엔 주차카드가 있는 차량들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교회 주차장을 운용하고 있다. 주차카드는 7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임산부, 다둥이가정에 발급된다. 일반 교인들에겐 주말에 무료로 개방되는 성남시청이나 주차비가 비교적 저렴한 교회 인근 종합운동장, 대형마트 등 대체 주차공간을 안내하고 있다. 대체 주차장이나 대중교통 이용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선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주차난을 해소하고 있다. 주일 교회 주차장엔 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노약자 장애인 영유아 가정 등 교통약자 차량만 진입할 수 있다. 일반 성도들은 주일에 사용하기로 약속된 인근 대형상가 주차장으로 간다. 교회는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교회와 상가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10여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3년 전부터 ‘카프리선데이’라는 연중 캠페인 아래 교통 혼잡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캠페인 핵심은 ‘차량 4부제’와 ‘2시간 이내 출차’다. 각각 주차 대수를 조절하고 순환율을 높이는 식으로 주차난을 해소한다. 교회는 주일에 인근 중학교 운동장과 주차장도 사용하는데, 학교엔 사용료 명목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선한목자교회 주차위원들이 최근 선한목자교회 인근에서 주차 캠페인을 위한 피켓을 들고 있다. 선한목자교회 제공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는 ‘주차도 사역이다’라는 문구를 주보에 넣어 주차가 교회 사역 중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에서 주차 사역이 이웃사랑의 시작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남교회 주차사역위원회 박종삼 목사는 “주차 사역은 하나의 문화와 정서로 자리잡았다”며 “성도들이 교육을 받고 봉사자로 섬기면서 주차가 잘 이뤄져야 예배도, 전도도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영로교회 주차캠페인 담당인 정철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여년전 교회 주차캠페인을 시작했으나 단기 캠페인에 그쳤다”며 “교인들이 주차를 사역으로 인식하려면 교역자들의 오랜 독려가 필요하다. 모든 교인이 주차 캠페인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교회 외부 주차 시설을 빌린다면 사용과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교회에 주차장을 내어준 분들을 잘 섬길 때 협력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윤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