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세요! 더, 더!”
충남 아산의 한 피트니스 센터. 로잉머신 앞에 선 청년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다. 김주연(26)씨는 숨을 몰아쉬며 손잡이를 당긴다. 안 쓰던 근육이 팽창하고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맺힌다. 피트니스 센터 한쪽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10일 생명샘동천교회(박귀환 목사) 다메섹 청년부의 ‘영혼육 훈련소’ 모임 풍경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는 움직임이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생명샘동천교회 청년들의 훈련은 100일간 이어진다. 단순히 살을 빼고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말씀과 운동을 병행하며 신앙과 건강을 함께 키우자는 취지다.
헬스 트레이너와 물리치료사 등 교회 내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첫날인 지난 1일 이곳에서 체성분을 측정하고 개인별 운동과 식단 처방을 받았다. 운동 방식은 각자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진행하되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정기적으로 교회 근처 호수 주변을 달리는 ‘러닝 모임’과 다이어트 기간 한 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치팅데이’가 단체 활동으로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매일 운동한 내용과 묵상한 말씀을 나누며 서로 격려한다.
훈련 조교인 김준혁(31)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혼자서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전문가들의 지원과 공동체의 격려는 재미와 의지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훈(31)씨도 “100일 동안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말씀을 꾸준히 읽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공동체와 함께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남은 시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성직 다메섹 청년부 담당 전도사는 “처음에는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여겼지만, 청년들이 운동과 말씀을 함께 실천하며 신앙도 성장하고 공동체 안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히 신앙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교회 공동체에 적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신앙과 건강을 함께 성장시키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생명샘동천교회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러닝 야구 테니스 등 29개의 운동 소모임을 운영 중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겨울 동안 주춤했던 야외 스포츠 소모임들이 다시 활발해졌다. 소모임 담당 차우병 만나교회 부목사는 “교회 안에서 액티비티 소모임이 형성되면서 기존 교제 방식에 부담을 느꼈던 이들도 자연스럽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 목사는 “러닝 크루는 최근 사회적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크리스천들은 수요·금요예배와 주일 일정 때문에 일반 러닝 크루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며 “교회가 이런 문화를 수용해 운동 소모임을 운영하면 신앙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을 통한 신앙 강화는 청년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한국중앙교회(임석순 목사)는 2022년부터 부교역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골든타임 골든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면 모든 부교역자가 사역을 멈추고 교회와 제휴한 헬스장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건강해야 목회도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교역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시도다.
전문가들도 운동이 신앙 성장과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디빌딩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유누리 라이프교회 목사(생활체육지도사 2급)는 “사람들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함께해 줄 공동체나 동기가 없으면 쉽게 포기한다”며 “교회야말로 함께 운동하기 좋은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이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신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함께 운동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대화가 이어지고 신앙적인 고백도 흘러나옵니다. 운동이 힘든 시간을 견디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믿음의 인내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신앙적으로도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