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그들이 곧 그물을 벼려 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거기서 더 가시다가 다른 두 형제 곧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형제 요한이 그의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배에서 그물 깁는 것을 보시고 부르시니 그들이 곧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마 4:20~22)
어부들에게 그물과 배와 아버지는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경 말씀입니다. 그물과 배를 보면 자동으로 아버지가 떠오르고, 아버지를 보면 배와 그물이 보이게 됩니다. 어부들의 아버지는 날마다 배와 그물에 대해 가르치기를 아마 죽기 전까지 했을 것입니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합니다. 예수님의 어부 출신 제자들이 아버지로부터 교훈을 받았던 것처럼 이곳 보길도 어부들도 그들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바다를 배우고 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고 그물 깁는 기술을 배웁니다.
어부들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고기 한 마리를 더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들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조업을 하면 안전이 보장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낙도에서 어부들을 대상으로 전도하면서 신약성경 4복음서에 기록된 어부들과 예수님의 만남, 그리고 그 사역 과정을 주목해 보곤 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 그물과 배를 버리고 제자의 길을 나선 대목은 어부들 세계를 직접 겪어 보니 성경 속 제자들의 결단이 얼마나 대단하고 큰 사건이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곳 섬에서 어부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교회에 나오며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놀랍도록 귀합니다.
지난 몇 회를 어부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어업이 아닌 전혀 다른 직업인 유흥업을 한다든가 아니면 직업여성을 삶도 소개했지만 이들도 결국 어부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리저리 엉켜 살았던 성경 속 갈릴리 사람들처럼 보길도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도 바다와 그물, 그리고 아버지들의 사연들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는 어부들의 목숨을 노리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성경에서도 예수께서 거라사로 건너가시려고 배를 탔는데 갑작스러운 풍랑을 만나고 풍랑은 배를 삼키려고 달려듭니다. 함께 배에 올랐던 요한은 아마 이때 아버지로부터 엄하게 배운 상식을 직감하고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면서 주무시던 예수님을 깨웠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요한은 90세가 넘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밧모섬에 귀양을 살면서도 조금도 낙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고 요한계시록을 씁니다. 또 세월이 지나 요한이 키운 제자이자 서머나교회 감독 폴리갑은 로마의 네로황제가 죽이려고 그를 장작더미에 묶어놓고 예수님을 부인하는 한마디만 하면 살려준다는 유혹에도 갈릴리 어부 출신 스승의 가르침대로 순교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람 낚는 어부로 세우신 주님의 뜻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섬 교회 성도님들은 아직도 어부로 살아가는 분이 있고 이제 은퇴하고 노년의 삶을 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 배와 아버지와 그물을 버리고 제자의 길을 걸어간 2000년 전 기록 된 말씀을 마주하면서 자신들도 제자처럼 변화되어 교회에서 예배하고 찬송을 부르고 어부들을 전도한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어부들의 좁은 소견이 눈에 훤히 보이고 고마움도 모르고 거기에 더해 섬 목사가 가진 게 뭐가 있다고, 가끔은 배가 고장 나 긴급한 상황이라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다짐을 받습니다. “언제까지 갚으라는 말을 안 할 것이니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라”고요. 그렇게 빌려간 금액이 벌써 1000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후회가 없고 그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전도의 길을 재촉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