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 앞두고 ‘눈치싸움’ 한창… 현대건설은 2위 탈환, ‘외인 수혈’ 대한항공은 3연패

입력 2025-03-09 18:24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이다현(왼쪽)과 모마가 9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6라운드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정규리그 막바지 레이스가 봄배구 진출 팀들의 ‘눈치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PO)’ 맞대결에서 체력 안배에 집중한 정관장을 상대로 총력전에 나서 완승을 거뒀다. 남자부 대한항공도 사령탑과 주전들이 자리를 비우며 3연패를 떠안았다.

현대건설은 9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6라운드 경기에서 3대 0(25-16, 25-16, 25-16)으로 승리했다. 경기 전까지 승점 동률로 정관장과 치열한 2위 싸움을 이어왔던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2위(승점 63·20승14) 탈환에 성공했다. 반면 정관장은 승점 60(22승12패)을 유지하며 현대건설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시즌 막판 부상 악재를 만난 두 팀이 이날 경기를 분위기 반전과 봄배구 기선제압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정관장이 부키리치와 박은진의 부상으로 주전 선수들을 대거 물리면서 체력 안배에 집중한 탓이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가운데)이 9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6라운드 경기에서 작전 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반면 현대건설은 지난 흥국생명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모마, 양효진 등을 앞세워 빠르게 승부를 매조지었다. 모마가 14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책임진 가운데 양효진(13점), 이다현(10점)이 뒤를 이으며 경기력을 점검했다.

앞서 인천에선 대한항공이 우리카드에 덜미를 잡히며 3연패 늪에 빠졌다. 사령탑도, 주전 미들블로커도, ‘히든카드’도 자리를 비운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건강상의 문제로 이날 경기에 불참해 블레어 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섰다. 여기에 주전 미들블로커 김민재와 김규민 역시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며 전력 공백이 생겼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감독대행으로 나선 블레어 벤 코치(가운데)가 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6라운드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전날 대한항공에 새로 합류한 미국 출신 거포 러셀도 아직 마무리해야 할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13일 한국전력전에선 뛸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한 대로 정한용(13점) 임재영(12점) 정지석(10점)이 분전했고, 팀 공격성공률(47.31-47.25%)과 리시브효율(43.48-37.29%)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범실 관리(25-18)에서 발목이 잡혔다. 1세트는 9차례 듀스 상황이 펼쳐지는 등 팽팽했지만 한 번 흐름이 꺾이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비록 정규리그 막판 레이스에선 뒤처졌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 러셀의 묵직한 존재감으로 봄배구 추진력을 얻었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부터 어깨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던 요스바니가 최근 오른쪽 슬개골 연골연화증 부상을 당하자 빠르게 대체 선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V리그 경력자’ 러셀은 일명 ‘서브 장인’으로 통한다.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그는 두 시즌 동안 68경기에 나서 1813점, 평균 공격성공률 48.66%를 기록했다. 이때 세운 28경기 연속 서브에이스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