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는 옛말…아프리카 광물 ‘전성시대’

입력 2025-03-10 05:00

국내 산업계가 아프리카의 풍부한 핵심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7일 ‘한·아프리카 자원 협력을 통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 보고서를 내고 “핵심광물 수요 증가에 따라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 광물 자원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한국은 공급망 안정화가 특히 필요한 흑연과 희토류 관련 아프리카와의 협력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광물의 약 30%가 매장된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특히 코발트·망간·구리·백금 등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 풍부하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아프리카와의 자원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공급망 안정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흑연과 희토류의 개발 및 생산도 증가하는 추세다. 흑연과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한국은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2023년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고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10대 핵심광물에 한해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완화하기 위해 양자·다자협력을 확대하고 위기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핵심광물 수급지도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고위급협의체인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했다.

국내 기업들도 아프리카에서 핵심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탄자니아 마헨게(Mahenge) 흑연 광산을 소유한 호주 BRM과 4000만 달러(약 579억9200만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연간 전기차 126만대 분량의 흑연이다. LG화학도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t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달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말했다.

다만 아프리카에서의 사업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수반한다. 최근 DR콩고(콩고민주공화국)·나이지리아·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자원 국유화 흐름 속에 광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현지 가공을 의무화하는 등 정책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프리카에서는 자원을 보호하면서 자국의 혜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경쟁력이 해외 자원개발 자체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물 개발과 더불어 기반 인프라 구축까지 패키지화하여 사업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