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남성이 10명의 여성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영국에서 가장 많은 불법촬영물을 찍은 성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이너런던 형사법원 재판부는 중국인 남성 저우 젠하오(28)에 대해 10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저우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0명의 여성들에게 약물을 먹이고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음란물 소지 및 불법구금 혐의도 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의 악세사리와 의류 등을 마치 ‘기념품’처럼 상자에 모아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세 때 북아일랜드로 건너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퀸즈대 벨파스트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이후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런던으로 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 진학했다.
런던광역경찰청에 따르면 저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원이 확인된 여성 2명과 아직 신원 파악이 안 된 여성 8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잠시 중국으로 돌아간 때에도 7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해당 피해 여성들의 신원 역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과 데이트앱을 이용해 여성과 접촉한 뒤 같이 술을 마시자거나 공부를 하자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약물을 먹이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이 가운데 성폭행 9건은 촬영해 영상으로 소지했다.
담당 형사는 “영상 증거에 따르면 피해자는 50명에 이를 수 있다”며 “범죄 수법이 워낙 교묘해서 많은 피해자들이 실제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저우의 침실에서 숨겨진 카메라와 데이트강간 약물로 알려진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엑스터시 등을 발견했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저우를 “위험하고 악랄한 범죄자”로 칭하며 “오는 6월 19일 형량 선고 때 매우 긴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우 측은 “피해 여성과 합의 하에 역할극처럼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런던에 거주했던 중국인 유학생 여성을 대상으로 추가 범죄 제보를 받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저우를 만난 적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영국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