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사랑인교회(주정일 목사)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바리스타 앞치마를 두른 주정일 목사가 밝은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그는 교회 내에 있는 ‘사랑인카페’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로 정성스럽게 추출한 커피와 과일 등을 제공했다.
이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연회 성북지방회 임인규 감리사를 비롯해 성북지방회 목회자 등 10여명이 모인 이유는 사랑인교회가 ‘감리교 목회지원센터’의 ‘카페 장비 지원사업’에 1호 카페 교회로 선정돼 축하하기 위해서다. 커피 장비 중에서도 고가에 해당하는 에스프레소 기계와 그라인더가 제공됐다.
주 목사는 “개척한 지 7년 정도 됐는데 지금이 세 번째 성전”이라며 “처음부터 교회 공간의 한쪽을 카페로 꾸며 성도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커피 쿠폰’ 나눠주는 카페교회
개척 초기부터 커피로 지역사회와 접촉점을 마련한 이 교회는 평소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주 목사는 “커피 쿠폰을 받고 궁금해서 교회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 꼭 있다. 커피가 교회 문턱을 낮추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며 “많은 이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위해 교회 사랑인카페를 바리스타 양성기관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지원사업을 추진한 이는 목회지원센터 이사장이자 감신대 평생교육원 교수인 최우성 태은교회 목사다. 조남원 태은교회 원로전도사의 후원을 받아 에스프레소 기계 제공이 이뤄졌다.
강원대 커피과학과 교수로도 활동하는 최 목사는 특히 비전교회에서 사랑을 전하는 커피 사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다. 최 목사는 지역 교회들이 유휴 공간을 지역에 열어 좋은 커피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데 좋은 접촉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감 서울연회 안에 380여곳 교회가 있는데 이 중 대다수 교회 건물은 주중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공간을 문화적·교육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일반인이 다루기 까다로운 고가 장비에 속한다. 그래서 기감 서울연회 가운데 비전교회를 담임하며 최 목사로부터 훈련받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목회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주 목사 부부는 지난해 12월 감신대 평생교육원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뒤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날 임 감리사는 서울연회 성북지방에 소속된 비전교회 목회자의 바리스타 수업료를 지원키로 했다. 임 감리사는 “사랑인교회는 비전교회를 대상으로 커피를 선교적 측면에서 활용된 첫 번째 사례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커피로 지역 주민 만나 행복”
커피를 즐기던 최 목사가 본격적으로 커피 교육에 뛰어든 것은 2010년. 처음엔 취미로 바리스타 공부를 취미로 시작했는데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에서부터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최 목사는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이 일을 계속했고 국제 커피 관련 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동안 목회자로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지역 주민들을 커피로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최 목사는 “무엇보다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었다. 지금까지 커피를 가르치면서 80여명을 전도했고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을 정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커피 강의료를 모아 지역 청소년들에게 웨슬리장학금을 주는 일도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1억3000만원을 전달했으며 4년 전 공로를 인정받아 중랑구민 대상도 받았다.
커피는 비전교회 목회자뿐 아니라 선교사에게도 효과적인 선교 도구가 된다. 최 목사는 선교사를 대상으로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 및 커피 로스팅 교육을 진행했다. 또 선교지에 카페 교육장과 카페를 세우고 선교지의 청년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이들이 카페에서 일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이집트 인도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 선교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교회’ 지속하려면? 판매보다 소통!
교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카페교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판매보다 나눔과 소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최 목사는 진단했다. 그는 “카페교회는 대부분 주민을 대상으로 커피를 판매하고 임대료와 교회 운영을 마련하는 구조”라면서 “수익을 내려면 가격을 어느 정도 높여야 하는데, 소비자 역시 같은 가격이면 더 좋은 인테리어가 있는 카페를 찾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카페교회의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다른 카페보다 열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회를 카페처럼 운영하는 카페교회도 많이 생겼다. 일부 성공한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며 “오히려 주객이 전도돼 교회 기능까지 잃어가는 현상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최 목사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목회자들에게 ‘커피를 판매하면 카페 사장이나 동네 아저씨가 되지만 커피를 가르친다면 선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지원 사업은 결국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교육에 중점을 둔다. 카페교회로 선정된 교회들이 지속해서 교육 사업도 할 수 있도록 목회지원센터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