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규(36) 법률사무소 여온 대표변호사는 유치원에 가기도 전부터 이주노동자들 틈에서 자랐다. 30년이 넘도록 이주노동자와 그들의 자녀를 돕고 있는 유해근 재한몽골학교 이사장이 유 변호사의 아버지여서다.
긴 세월 나그네들과 지내온 유 변호사는 법률가가 된 뒤에도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있다. 최근 그는 한 다문화가정의 ‘친양자 입양 허가 심판청구’를 변호하면서 이들의 절박한 현실에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친양자 입양은 만 18세 이하의 자녀가 생물학적 부모와 법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입양 부모의 친생자로서 법적 지위를 갖는 입양 형태를 말한다.
7일 서울 광진구 재한몽골학교에서 만난 유 변호사는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데 외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입양 절차는 몇 배나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유 변호사는 온두라스 출신 여성의 두 아들이 한국인 아버지의 친양자로 입양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시작한 심판은 지난달 19일이 돼서야 인용됐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법적 지위를 갖기까지 8개월 가까이 걸린 셈이었다. 양자가 되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그동안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아이들이 정식 체류 자격을 얻은 게 큰 성과다.
이들처럼 ‘중도 입국 청소년’들이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한 채 출입국관리소에 적발되면 강제 출국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한국어와 문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강제 출국당할 경우 그 나라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유령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 변호사는 “이번 심판 청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온두라스 법원이 보낸 ‘친권 양육권 포기 서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친부가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는 여러 증거를 마련했고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근거도 보완해 법원에 제출하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법적 도움 없이 다문화가정 스스로 친양자 입양 허가를 받아내는 건 불가능 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어려움에 부닥친 다문화가정을 돕는 변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목회자인 아버지가 이주노동자들을 일생 돕는 걸 본 유 변호사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전 국민의 5% 이상이 외국인으로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고 다양한 법적이고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인 부분은 변호사들의 영역이지만 생활과 문화, 신앙적 부분은 교회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교회가 나그네들의 든든한 구심점과 둥지가 돼 준다면 낯선 땅에 사는 이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로 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