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잔디 문제가 선수들의 컨디션에 이어 코리아컵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잔디 상황을 고려해 경기 간 간격을 넓히는 방향으로 조정에 나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2라운드 수원 삼성-서울 이랜드(수원월드컵경기장) 경기 일정이 22일 오후 2시에서 19일 오후 7시 30분으로 바뀌었다”고 공지했다.
코리아컵을 주관하는 축구협회는 “최근 이상저온 현상이 길어진 가운데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과 6일 현장 회의를 갖고,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네 경기를 준비 중인 재단 측의 의견 등을 참고해 이같이 경기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설명에 따르면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지난해 10월 교체한 잔디를 수원 삼성의 홈경기 및 국가대표 A매치에 맞춰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온 기간이 길어지며 잔디 착근이 늦어졌고, 재단은 이 같은 상황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코리아컵 일정 변경은 오는 20일과 25일 오만, 요르단과 치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 8차전 개최지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24일 오만전은 고양종합운동장, 요르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고 밝혔었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장도에서 중요한 경기인 만큼, 구장 잔디 상태를 체크하는 등 개최 장소로 여러 가지를 검토해 홈 2연전을 고양과 수원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중요한 경기임에도 한국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지 못한 건 잔디 문제가 컸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K리그1 경기에서도 열악한 잔디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결국 이 같은 상황 탓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A매치를 치르게 되면서 코리아컵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15일과 29일 K리그2 경기가 열리고, 22일 코리아컵, 25일 월드컵 예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잔디 문제로 경기 간 간격이 최소 4일 이상 되도록 조정한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평년 같았으면 3일 간격 경기 일정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이상 저온의 장기화라는 돌발변수 발생 등의 예기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주중 경기로 변경돼 양 구단과 팬들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긴급 복구 계획을 밝혔다. 오는 29일 열리는 FC서울 홈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정상화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중 2500㎡ 이상을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잔디 밀도를 높이기 위해 5900㎡ 면적에 대해선 배토와 잔디 파종을 진행한다.
경기장 대관 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규모 경기장이 부족한 서울의 상황을 반영해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은 지속하되,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석은 제외한다는 대관 지침을 원칙으로 한다.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잔디관리가 어려운 시기에 리그 일정이 앞당겨져 제대로 된 경기장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향후 잔디 교체물량 대폭 확대, 선진 장비 투입 등 투자를 늘리고 리그 일정을 조율해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