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히 맞선 뉴진스-어도어…“회사가 차별” VS “오히려 특별 지원”

입력 2025-03-07 15:51
걸그룹 뉴진스(NJZ)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연합뉴스

전속계약 해지를 두고 분쟁 중인 그룹 뉴진스(새 활동명 NJZ)와 기획사 어도어가 법정에서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회사가 자신들을 차별하고 타 그룹으로 대체하려 했다는 뉴진스와 오히려 타 그룹엔 해주지 않는 특별대우를 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해줬다는 어도어의 주장이 맞부딪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7일 오전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어도어 측은 그간의 투자 규모와 활동 지원을 언급하며 “전속계약 해지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뉴진스 측은 그동안의 차별 경험을 열거하며 “중대한 전속계약 위반 행위”라고 반박했다.

어도어 측 대리인은 “전속계약 해지는 연예 활동 기회 미제공이나 수익금 미정산 같은 중요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한데, (어도어는) 전속계약의 본질적이고 핵심적 임무를 모두 충실히 했다”며 “뉴진스가 계약 해지 사유로 든 사정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싫어한다, 차별한다’는 것인데,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유일하고 주요한 수익원을 스스로 매장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직원들의 헌신과 하이브의 210억원 투자 사실을 언급하며 “멤버들의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뉴진스의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며 “전속계약 기간 보장은 K팝 산업의 토대이고 이를 무너뜨리는 건 산업 선순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어도어는 오히려 뉴진스만을 위한 특별 지원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뉴진스 데뷔 앨범 제작에만 최소 70억원을 투입한 것, 뉴진스만을 위한 팬 플랫폼 ‘포닝’을 별도 개발해준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걸그룹 뉴진스(NJZ)의 하니(왼쪽부터), 민지, 혜인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어도어의 주장에 뉴진스 측은 “사건의 본질은 하이브와 어도어가 뉴진스를 차별·배척하고, 다른 그룹으로 대체하고 폐기하려던 것”이라며 “반성과 사과도 없이 오히려 뉴진스를 노예처럼 묶어두고 고사시키려 한다”고 반박했다.

뉴진스 측이 제기한 팀에 대한 차별과 배척의 근거는 여러 건 제시됐다. 그룹 아일릿과 그의 매니저가 하니를 향해 ‘무시해’라고 발언한 것, 아일릿 표절 논란, 소스뮤직 시절 뉴진스 영상 유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 대한 공격, 뉴진스의 성과 폄하 등이다.

이를 두고 뉴진스 측은 “어도어는 전속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뿐 아니라, 양측의 신뢰관계도 파탄난 상태”라며 “멤버들이 받아온 부당한 차별, 공격 행위를 감안할 때 멤버들의 자유로운 의지 하에서의 전인격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 발휘를 요체로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는 김주영 어도어 대표와 뉴진스의 다섯 멤버가 모두 출석해 준비해온 발언을 했다. 가처분 심문에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장 표명을 위해 법정에 나섰다.

김 대표는 “저희가 이번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뉴진스 멤버들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뉴진스만 생각하면서 진심을 다해 달려온 저희 어도어 구성원에게 기회를 달라. 저희가 가진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다해 뉴진스 분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뉴진스가 활동명을 NJZ로 변경하겠다고 알리며 함께 공개한 사진. 컴플렉스콘 제공

반면 뉴진스 멤버 민지는 “지지해주고 보호해주기는커녕 안 보이는 곳에서 괴롭힘을 일삼는 어도어에서 더 이상 활동과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부디 이런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다니엘은 “저희 팀에는 항상 (민희진) 대표님도 포함돼 있다. 저희는 5명으로 무대에 서지만 6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어떻게든 앞으로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다”며 “어떻게 결과가 이뤄지든 저는 어도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주일간 필요한 증거와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은 뒤 오는 14일 심문을 종결하고, 정리되는 대로 가처분 결과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소속사 어도어의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뒤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엔 팀명을 NJZ로 변경하고, 이달 홍콩에서 열리는 콘서트 출연과 신곡 발표 소식을 알렸다.

어도어는 뉴진스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법원에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도 낸 상태다. 이 소송의 첫 변론은 다음 달 3일 열릴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