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의 전임 원장과 연구실장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이하 비대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립국악원 조직개편 방향과 국립국악원장 선임 문제에 대해 7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국악원이 한국 전통예술의 종가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문체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협에는 윤미용, 김철호, 박일훈, 이동복, 김해숙, 임재원, 김영운 등 전임 국립국악원장 7명과 변미혜, 이용식, 송지원, 김희선, 서인화, 김명석 등 전임 국악연구실장 6명이 이름을 올렸다. 12대 윤미용 원장부터 지난해 임기를 마친 20대 김영운 원장까지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문체부는 기획운영단과 국악연구실의 2개 국(局)단위 조직으로 운영되던 국립국악원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운영단 산하의 장악과와 무대과를 국악연구실로 이동배치하고, 국악연구실의 교육·연구기능과 인력은 공연부서인 장악과에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문체부는 연구전담조직을 해체해 공연제작을 전담하는 과(課)에 편입하려는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하며 상당한 성과를 축적한 국악원의 교육·연구기능을 축소·와해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면서 “국악원을 단순한 공연단체로만 기능하게 하는 어리석은 개악(改惡)이 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위공무원단 가등급(차관보)에 해당하는 국립국악원장은 2000년 공무원과 민간이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가 됐다가 2015년엔 아예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자 대통령령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으로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올 들어 공모를 통해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인사검증이 이뤄진 가운데 문체부 실장급으로 결정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해당 공무원이 응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대위는 “국립국악원장은 문화예술 정책뿐만 아니라, 국악(음악·무용·연희)의 공연‧교육‧연구‧국제교류 분야 등에 깊이 있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직위”라면서 “현재 국립국악원은 문체부의 고위직 행정공무원이 기획운영단장으로 임명돼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인 원장을 보좌하고 문체부와 국립국악원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문체부가 이야기하는 지방 국악원 확대 대비도 원장과 기획운영단장의 상호보완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인사·예산·복무·시설관리 등의 행정업무는 이미 3·4급 행정공무원이 부서장을 맡은 기획관리과 등에서 충분히 수행하는 만큼 문체부가 고위 행정공무원을 국악원장에 임명하려는 발상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혹여 임명하려 한다면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협은 이날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이번 문제를 국악계 전반에서 논의하고 대응하는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만간 전국 국악대학 교수 및 연구자들과 관련 모임을 가지는 한편 기자회견 등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