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발언에 대해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해 대만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웨이 회장은 6일(현지시간)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더라도 우린 전혀 두렵지 않다”며 “솔직히 저는 공정성만 보장되면 충분하다. 우린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이후 TSMC를 비롯해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미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 TSMC는 바이든 정부 당시 650억 달러를 투자하고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법 폐지를 시사했다.
웨이 회장은 TSMC가 경쟁사를 능가한 이유는 “정부 지원보다는 고객 요구에 전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SMC는 트럼프 취임 후 1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각에선 TSMC가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대만에서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면 대만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TSMC는 90% 이상의 최첨단 반도체를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다.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받으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멈출 수 있다. 대만은 이를 강조해 전 세계에 자국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만 내에선 TSMC를 두고 ‘호국신산’(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고도 부른다.
이에 대해 웨이 회장은 대미 투자는 “미국 고객 수요에 비해 현 생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대만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 내에도 11개 첨단 공정 라인을 신설하고 있으며 연구개발의 핵심도 대만 내 글로벌 R&D 센터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