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목수’ 김홍한 목사가 말하는 십자가의 진짜 의미는

입력 2025-03-06 15:14 수정 2025-03-06 21:41
자신을 '십자가 목수'라고 소개한 김홍한 목사. 김 목사 제공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한문덕 목사)에 들어가자 눈을 사로잡은 건 바닥에 비친 은은한 불빛이었다. 불빛을 따라 들어가보니 넓은 세미나실이 나왔다. 세미나실에 들어가자 정중앙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엔 수십개의 다양한 십자가 조각이 전시돼있었다. 그는 오는 10일까지 향린교회에서 십자가 전시회를 개최한다.

모든 조각은 김홍한(66) 목사의 삶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이날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자신을 ‘십자가 목수’라고 소개했다. 충남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목사의 길을 걷기 위해 감리교신학대(감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후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6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진행중인 김 목사의 '십자가 전시회'

김 목사에게 있어 십자가는 세상과의 소통창구다. 그가 지금까지 조각한 십자가는 200점이 넘는다. 모든 십자가에는 이름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모아 책 ‘십자가 묵상’ 시리즈도 출간했다.

김 목사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인만큼 안 소중한 십자가는 없지만 그가 가장 아끼는 십자가는 ‘한반도 십자가’다.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십자가에 새겨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작품인 ‘민중의 십자가’는 김 목사가 소외된 이웃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김 목사는 “십자가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 우리의 신앙 고백과 생각, 마음 등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나무를 고르는 기준엔 독특한 철학이 있다. 그는 “나무에는 좋은 나무, 나쁜 나무가 없다”며 “단단한 나무, 무른 나무, 나뭇결이 고운 나무, 거친 나무, 가벼운 나무, 무거운 나무 등 다양한 성격의 나무가 있을 뿐이다. 각 나무의 특징을 살려 십자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십자가가 지나치게 곱고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종종 관람객으로부터 ‘십자가가 거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면서 “십자가는 본래 고난의 상징이기에 화려함보다는 그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십자가 자체를 우상화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상징일뿐 그 자체가 부적처럼 우상시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다. “개신교엔 성전과 성물이 없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나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고난의 상징으로 기억돼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 목사는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십자가를 통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신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십자가가 널리 보급돼 세상 모든 사람이 예수님이 겪으신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이 늘어나길 소망합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