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강원도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육군 장교 양광준(39)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6일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 심리로 열린 양광준의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광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살해 전 위조 차량번호판을 검색했고 사건 당일은 부대에서 지정한 단축근무일로 오후 4시쯤 대부분의 직원이 다 퇴근한 시점이었다”며 계획범행을 강조했다.
법정에서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의 모친은 양광준을 향해 “왜 딸이 죽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내 딸을 죽였느냐”며 목놓아 울었다. 모친은 “본인(양광준)도 자식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한테 한 그대로,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떨 것 같으냐”며 “(사건 이후) 모든 게 다 그대로 멈추고 죽어가고 있다. (재판부에서) 우리 아이가 너무 억울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양광준은 거듭 “죄송합니다”라며 모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저의 모든 죄를 인정한다.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 지은 죄를 뉘우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양광준은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내연 관계였던 A씨(33·여)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광준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 A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이었다.
조사 결과 양광준은 범행 당일 아침 출근길에 A씨와 카풀을 하며 이동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A씨와의 관계가 밝혀지는 것을 막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미 결혼해 자녀도 있는 양광준과 달리 A씨는 미혼이었다. 양광준은 피해자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 직장 등에 문자를 보내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속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사건 이후 양광준은 군 당국으로부터 ‘파면’ 징계처분을 받았다. 양광준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0일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