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가량은 전문병원이 지난해 2월 이후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의료 공백을 메우는데 도움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병원 이용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진료의 전문성과 짧은 대기 시간 등에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재 19개 분야 전문병원에서 진료 항목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으며 추가될 영역으로 정신 건강과 소아과, 노인 의료 등이 꼽혔다. 또 전문병원이 활성화하려면 향후 지역 완결적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역할 재정립과 기능에 맞는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 인지도 향상을 위한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이하 의기협)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전문병원협회와 공동 개최한 ‘전문병원 역할 강화를 통한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구축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기협은 지난달 10일~23일 20세 이상 1049명을 대상으로 ‘전문병원의 역할’ 관련 온라인 대국민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진료 과목이나 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현재(5기) 19개 분야에서 115곳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질환별로는 관절(25) 뇌혈관(4) 대장항문(4) 수지접합(6) 심장(1) 알코올(8) 유방(1) 척추(15) 화상(5) 주산기(1) 한방중풍(2) 한방척추(10) 등 12개이며, 진료 과목별로는 산부인과(11) 소아청소년과(5) 신경과(1) 안과(11) 외과(3) 이비인후과(2) 한방부인과(0) 등 7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전문병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11년 전문병원 제도 도입 후 14년 가량 지나면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115개 전문병원에서 진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7.4%였다. 전문병원에서 진료받은 적 있는 환자의 경우, 전문병원의 장점으로 ‘높은 진료 분야 전문성’(64.6%), ‘대학병원에 비해 짧은 대기 시간’(40%), ‘합리적인 의료 비용’(32.4%), ‘친절한 의료진’(19.9%) 등을 꼽았다.
반면 진료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상당수는 전문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원인으로 ‘전문병원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전문병원 활용을 더욱 확대하려면 효과적인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2월 이후 계속된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에도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9%는 전문병원이 지난해 이후 이어진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 됐다고 답했다. 지난해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전문병원에서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42.7%였다.
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된 이유로 ‘수술 등의 진료 공백 해소’(63.8%), ‘응급실 등 응급의료 유지’(51.8%) 순으로 많이 선택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부족’(45.7%), ‘응급실 등 응급의료 미흡’(43.5%) 등 순으로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병원이 국내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도움 된다고 답한 비율은 82.5%, 지역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78.6%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전문병원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현재 19개 분야의 전문병원에서 진료 항목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3.4%가 ‘그렇다’고 답해 절반 이상이 진료 항목 확대에 공감했다. 추가해야 하는 진료 항목으로는 ‘정신 건강’(73명), ‘소아과’(66명), ‘노인 의료’(32명) 등이 꼽혔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함명일 순천향대 의료과학대학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전문병원은 전문 질환의 접근성 강화로 비용 대비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전문병원은 의료자원 활용도를 높여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전문병원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병원 인식에 대해 함 교수는 “전문병원이란 명칭 자체가 신뢰를 주고 실제 입원 환자의 ‘NPS 지수(순추천지수)’가 굉장히 높게 나타나지만, 환자 대다수가 전문병원 지정 제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문병원과 비전문병원 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전문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오인한 일부 환자들은 전문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강립 연세대 보건대학원 특임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상규 푸른병원장, 권세광 연세본사랑병원장, 윤혜설 현대여성아동병원 이사장, 안경진 서울경제신문 의료전문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윤성환 대한전문병원협회장은 “대학병원 수준의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뛰어난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들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개혁 정책과제에 전문병원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반영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길원 의기협 회장은 “의정갈등 이후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게 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병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진료 과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