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 추진… 3년 만에 러시아 하늘길 열리나

입력 2025-03-06 05: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 완화를 추진하면서 러시아 하늘길이 열릴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해 왔고, 그들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주 국무부와 재무부에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이유로 그동안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 중 완화 가능한 것이 있는지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주로 기업이나 개인 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지만 항공업계에선 러시아 하늘길 개방 여부에 주목한다.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미국 국무부 대표단과의 협의에서 양국 간 직항 노선 운영 재개를 제안한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에 직접 항공 연결 복원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인 관계 개선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하늘길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폐쇄됐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대부분 국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항공사들은 안전을 위해 러시아행 운항을 중단하고, 항공로도 기존 러시아 대신 중국과 카자흐스탄, 터키 등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이는 항공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우회로를 택하면서 항공기 운항 시간이나 유류비 등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유럽 노선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미주 동부노선은 약 1시간 40분이 더 소요되게 됐다. 연료비 부담은 이전보다 10~24% 정도 늘었다.

항공업계는 러시아 하늘길 재개가 꽤 큰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시간이 단축되면서 국내 항공사의 기재 운영, 스케쥴 관리 등의 효율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비행시간 단축에 따라 항공유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기 관광 노선인 러시아 노선 재개 가능성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러시아 노선 이용객은 152만명에 달했다. 국내 인기 관광지인 괌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러시아 여행 재개를 논하긴 이르다”며 “대외환경을 살펴본 뒤에나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