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린 가수 이미자(84)가 다음 달 공연으로 66년 가수 인생을 마무리한다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칠 고별 공연 ‘맥(脈)을 이음’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자는 “흔히 은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단을 내리는 것’(은퇴 선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노래할 수 없게 됐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런데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공식 활동은 마무리하겠지만 ‘은퇴’라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1960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한국 가요계 전설로 불렸다. 그는 66년 동안 ‘열아홉 순정’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로’ ‘내 삶의 이유 있음은’ ‘여자의 일생’ 등의 히트곡을 포함해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냈다.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2023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미자는 이번 공연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전통 가요가 사라지지 않도록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이 사람과 공연을 열 수 있도록 해준 제작사가 있었다. 덕분에 조용히 이 공연으로 (가수 인생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후배 가수 주현미·조항조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들 후배에게 전통 가요의 ‘맥’을 물려주고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미자는 “오늘 노래한 지 66년째 되는 해입니다만,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우리 든든한 후배들을 모시고 제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한다고 발표하게 돼 매우 행복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자는 “우리 가요가 곧 한국 100년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일제강점기에 겪은 설움,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기도 전에 6·25를 겪은 설움 등 우리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를 위로하고 애환을 느끼게 한 것이 우리 대중가요였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준 노래가 전통가요”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저는 파월 장병 위문도 하러 갔고, 독일 위문 공연도 했다”며 “그때마다 제 노래를 듣고 울고, 웃고, 환영해 주신 모습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고 돌이켰다.
이미자는 다음 달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과 유독 인연이 깊다. 1989년 30주년 콘서트부터 40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 콘서트 등을 모두 이곳에서 열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장 많이 기념 공연을 연 기록을 가진 사람이 저일 것”이라며 “활동 66년째에 다시 서는 세종문화회관에 무척 애착이 간다. 이번 공연은 제게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