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한명석(가명·30)씨는 어느 날 학교 정문 앞에서 재능기부에 참여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한 동아리 사람들의 제안을 받았다. 마침 캠퍼스 생활에 무료함을 느꼈던 한씨는 그 제안에 관심이 갔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친분이 깊어졌다. 하지만 한씨에게 접근한 이들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신도들이었다. 결국, 한씨는 그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신천지에 빠지게 됐다.
한씨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들은 처음부터 신천지 교리 교육의 자리로 이끌지 않았다”며 “친분을 쌓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고민이나 심리 상담을 해준다고 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성경 공부의 자리 이끌었다”고 전했다.
새 학기를 맞은 요즘 대학 캠퍼스에는 여전히 많은 사이비·이단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학 생활에 부푼 꿈을 품고 입학한 신입생이나 기존 학생들에게 취업 경력을 쌓는 일 혹은 자원봉사나 취미활동 등을 내세우며 교묘하고도 전략적으로 다가간다.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 전문연구소 현대종교(탁지원 소장)가 최근 이런 현실을 우려하며 2025년도 캠퍼스 이단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현대종교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 캠퍼스마다 포진해있는 이단 중에는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IYF(국제청소년연합), 여호와의증인의 활동이 주로 두드려졌고, 접근하는 패턴은 이단별로 비슷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과제 모임, 동아리 등 위장 모임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하거나 종교 색채를 숨긴 위장 행사를 홍보하기도 한다. 신천지의 경우 길거리에서 학생들이 혹할만한 설문조사를 내세우거나 한국 기독교의 부패상을 알린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며 접근했고, 하나님의교회는 신도인 학생들이 과제를 도와달라며 지인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다. 구원파 계열로 알려진 IYF의 경우 영어 말하기대회나 해외 봉사 등을 내세웠다.
상담을 통해 어렵게 신천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한씨에 따르면 이단 신도인 일부 청년들은 일부러 같은 학교에 입학한 뒤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또래들을 포섭하는 일에 나서기도 한다. 약식으로라도 그럴듯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거나 다른 학교에 정식으로 등록된 위장 동아리를 거론하며 홍보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단 문제에서는 신학대학조차 안전하지 않은 만큼 늘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탁지원 소장은 “일반 학교에는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이단 동아리도 있으니 동아리 가입에 있어서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단성이 있거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동아리 역시 함부로 관계하지 말고, 주목하고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대처에 있어 각 캠퍼스 내 기독교 선교단체 차원의 연대와 더불어 학생 개개인이 이단 정보를 숙지하고 경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도 중요하다. 탁 소장은 “학교 구성원들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선교단체와 교회, 이단 대처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학내에서 이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전 교육을 통한 예방과 체계적인 성경 공부 교육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또 캠퍼스 내 이단 대처 활동이 비종교인들에게 기독교 내의 교리 다툼이나 종교 논쟁으로만 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