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해가 길어지고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하고 도파민은 ‘설렘’과 ‘기대감’ 같은 감정을 유발한다. 봄에 ‘연애 세포’가 깨어난다고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애와 결혼이 점점 사치로 여겨지는 시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2020년 40대 미혼자 비율은 2000년에 비해 남성 6.7배, 여성 5.7배 증가했다.
크리스천 청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싱글 기독교인의 81%가 비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적당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였지만 35%는 아예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싱글의 절반 정도(52%)는 현재 생활에 만족했지만 가장 큰 단점으로 ‘외로움’과 ‘노후에 대한 걱정’을 꼽았다.
100여년 전 상대방 학교 앞에 찾아가 ‘연애합시다’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서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학생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크리스천 데이팅 전문가들은 신앙 선배들의 ‘낭만’을 되찾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독자의 90%가 남성인 ‘연애 상담’ 인스타그램 채널 ‘크썸’의 운영자 박주영씨는 크리스천 남성들이 연애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으로 ‘자신감 부족’을 꼽았다. 박씨는 “형제들이 자신을 ‘연못남(연애 못 하는 남자)’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며 “크리스천 연애를 꿈꾼다면 신앙은 기본이고 외적인 매력과 자신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가 상담을 요청해 오는 회원들에게 권하는 기본은 ‘다이어트’다. 그는 “체중만 조금 줄이고 기본적인 스타일링(헤어, 피부, 옷차림)만 해도 첫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모가 화려해야 연애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매력을 살리고 단점을 가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 ‘러브그로우레터’를 통해 1500명 이상의 로테이션 소개팅을 주선하고 최근 크리스천 결혼정보회사 ‘러브 코이노니아’를 론칭한 추진주 대표는 크리스천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기준’과 ‘열린 태도’를 당부했다. 추 대표의 팔로워는 여성 비율이 높다. 그는 “배우자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없으면 선택이 어려워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으면 매칭이 힘들어진다”며 매칭 가능성을 높이는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첫인상 관리다. 후드티나 모자보다는 깔끔한 스타일을 선택하라는 것. 경청과 긍정적인 태도, 현실적인 기대치 조정, 기도로 준비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추 대표는 “크리스천 소개팅에서는 스펙보다는 신앙이 삶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로의 신앙관을 나누는 과정이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만남을 돕는 교회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의 ‘러브인갓’은 신앙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일부터 6기 모집을 시작했다. 남녀 각각 42명씩을 모집하며 ‘주님의 시선, 나의 시선’이란 주제로 진행한다. 러브인갓은 초반 3주 동안 참가자들의 직업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재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러브인갓 담당인 김정호 간사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보다 대화와 신앙 중심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마련한 방법”이라며 “이런 것들이 높은 성혼율의 비결”이라고 꼽았다. 김 간사는 “작년 한 해 동안 9커플이 성사됐고 이 중 7커플이 결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애로 이어지는 커플들의 공통점으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외적인 기준보다 신앙과 대화가 중심이 되는 커플이 더 잘 이어졌다”고 전했다. 현재 남성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김 간사는 “형제들이 더 용기를 내서 지원해보길 바란다”며 “연애와 결혼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신앙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