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의 공포’ 속 관세 리스크 현실화… 韓증시 변동 불가피

입력 2025-03-04 18:52
국민일보DB

새해 상승 추세를 유지하던 한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3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 공매도 재개 등 증시에 영향을 끼치는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지어 예정돼 있어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15% 하락한 2528.9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0.81% 하락한 737.90에 장을 마쳤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전 거래일보다 3.39% 하락해,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530선까지 후퇴한 바 있다.

새해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하락한 데에는 관세 리스크와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 영향이 컸다. 간밤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이날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하면서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8% 내린 4만3191.24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6% 내린 5849.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4% 하락한 1만8350.19에 장을 마쳤다.

이에 앞서서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시장 예상치(50.5)를 하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커졌다.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신규주문 지수는 48.6으로 전달 대비 6.5포인트 급락했고, 구매물가지수는 62.4로 7.9포인트 급등하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6월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다.

경제지표 부진에 애틀란타 연방은행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추정치는 –1.5%에서 -2.8%로 하향 조정됐다. ISM 보고서의 구매 담당자 코멘트를 보면 모든 산업에서 관세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관세 불안에 고객들이 신규 주문을 보류하고 있고, 선제적인 또는 잠재적인 비용 증가와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는데 경제지표들이 대부분 시장에서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후 고점 매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10% 추가 관세 부과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이달 중 공매도 재개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결정 등 국내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는 만큼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 하락 속도와 강도가 빠르고 강하다보니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3월 예정된 빅 이벤트들이 지나가고 나면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상승 추세를 재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