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 속에서 한국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이 나왔다. 연구진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정당한 선택이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부산대에 따르면 미국인 정치학자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와 김민형 경희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이 한국을 위해 싸워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영문 학술지 ‘Foreign Affairs’ 1·2월호에 게재된 논문 Why South Korea should go Nuclear(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한국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며, 미국도 결국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한국이 핵을 보유해도 한미 동맹이 파기될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으며, 핵 비확산 우려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북한은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미 동맹은 더 이상 미국의 한국전 참전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이 미국의 고립주의를 강화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서 미국의 핵 확장 억제력이 신뢰를 잃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방어 의지를 더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트럼프 시대 이후 이러한 불안은 더욱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지만, 연구진은 결국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의 핵 보유를 막지 않았으며, 전략적 이유로 이를 용인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핵 위협과 미국의 확장 억제력 약화로 인해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한국 내에서도 여론과 정치권에서 핵무장 지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 외교 정책 결정자들도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대만 등의 핵무장 연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작으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핵을 책임 있게 관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이 핵을 보유하더라도 제한적인 규모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한미 동맹이 파기될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