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 실종된 토종들… 돌아온 이정현, 무너진 자존심 세울까

입력 2025-03-04 15:41
고양 소노의 가드 이정현이 지난 2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2024-2025 프로농구 KBL 정규리그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의 토종 선수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외국인·아시아쿼터 선수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국내 선수 라운드 최우수선수(MVP)가 배출되지 않는 사상 첫 시즌이 될 수도 있다.

4일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2015-2016시즌 라운드 MVP 제도 도입 이래 국내 선수가 단 한 차례 수상도 하지 못한 시즌은 없었다. 월별 MVP를 선정하던 시절(1997~2015년)까지 범위를 넓혀도 토종들이 무관에 그친 역사는 없다.

올 시즌 1위 서울 SK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는 역대 최초로 한 시즌 라운드 MVP 3회(1·2·4라운드) 수상 기록을 써냈다. 3라운드 MVP는 창원 LG의 아시아쿼터 선수 칼 타마요에게 돌아갔다. 토종들에게 남은 수상 기회는 5,6라운드뿐이다.

국내파의 위기는 지난 시즌에도 감지됐다. 외국인 선수들이 1~4라운드 MVP를 모조리 휩쓸었다. 정규리그 후반부 막강한 득점력을 뽐낸 이정현(고양 소노)이 5,6라운드 MVP를 챙기며 토종의 자존심을 세웠다. 2022-2023시즌만 해도 라운드 MVP는 김선형(SK)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이 쓸어 담았다.

2020-2021시즌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KBL은 2022-2023시즌부터 필리핀 국적 선수 영입을 승인했다. 현재 10개 구단 모두가 아시아쿼터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필리핀 출신 이선 알바노(원주 DB)는 한국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 정규리그 국내 MVP를 거머쥔 뒤 정상급 활약을 유지하고 있다. 샘조세프 벨란겔(대구 한국가스공사)과 케빈 켐바오(소노), 저스틴 구탕(서울 삼성), 타마요 등도 각 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달부터 코트에 복귀한 이정현이 그나마 막힌 혈을 뚫어낼 후보로 거론된다. 올 시즌 부상으로 19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으나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16.4점을 올리고 있다. 폭발력 있는 클러치 능력을 앞세워 9위 소노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견인한다면 남은 수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