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즘 노골적으로 드러나”…대만에서 본 ‘백악관 파국'

입력 2025-03-04 14:3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대만 연합보는 4일 도널드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파국’을 보는 대만의 고민을 담은 전문가의 기고를 실었다. 

황젠췬(黃健群) 산업연합회 대륙처 처장 겸 대학 겸임교수는 “대만은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위험을 분산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미국과 유럽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는 방향이 같지만 의도에는 차이도 있다는 것이 황 처장의 시각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 공동 채굴이 관심이고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장벽인데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점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내세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하에서 국제관계의 마키아벨리적 관점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마키아벨리적 국제체제는 주권 국가들이 국제적 무정부 상태하에서 자국의 권력과 안보를 근본적 이익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협력은 제한적이고 취약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와 JD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같은 ‘비정형적인’ 인물들이 차지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협력을 통해 갈등과 경쟁을 줄일 수 있다는 국제적 자유주의에 반발한다고 황 교수는 말했다. 

이들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겨 민주주의와 인권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의 광물과 대만의 반도체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움직임은 ‘역(逆)닉슨 전략(미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중국을 견제)’에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희생해 러시아에 선의를 보이고 러시아와 중국간에 틈을 벌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준비로 보고 있다. 

황 교수는 대만의 고민은 트럼프 집권 하에서 대만의 중요성은 예전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첫째 군사적으로 ‘대만해협에서 일이 생기면 미국이 구조에 나설 것’이라는 근거는 대만이 제1 도련선에 위치한 지정학적 가치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김정은과 직접 대화, 중국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이 제1 도련선을 돌파하는 등 현대전의 성격이 변화해 제1 도련선의 중요성은 약화됐다.

둘째, 트럼프는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트럼프에게 미중 경제 협력은 MAGA의 중요한 부분이다.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회동에 대한 기대를 거듭 표명했고,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여러 징후들을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교류는 예상만큼 비관적이지 않아 대만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 국무부가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도 “해협 양안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구절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미국은 대만 문제가 대만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해협 양안간 협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대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카드가 없다”고 강조한 것처럼 트럼프와의 협상에서도 카드가 중요하다. 

황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경제적, 산업적 힘을 갖추고 있는 대만은 실용적인 위험 회피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반도체 관련 협상 뿐 아니라 미국이 중시하는 대만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륙과의 양안 관계 개선 및 미중 협상에서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지 못하면 대만은 단순한 희망적 사고에 따른 잘못된 판단으로 전략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