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필요한 집이라든지 가족도 이루며….”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씨가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고 귀순 의사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4일 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우크라이나에서 면담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사진과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유 의원이 만난 포로 두 명은 앞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이다. 당시 포로 리씨는 귀순 의향에 대해 “80%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씨는 유 의원에게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턱에 총상을 입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그러면서 리씨는 “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살) 수 있을까요. 필요한 집이라든지 가족도 이루며”라며 “내가 포로니까 가정을 이루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유 의원이 만난 또 다른 포로 백모씨는 귀순 의향을 묻는 말에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에게 “(백씨가 귀순에) 절반 정도 마음이 기운 것 같다”며 “북한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 설명했다.
백씨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히게 될 경우 자폭을 선택하느냐는 물음에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을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 그렇게 하라고 교육하는 건 없고,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씨는 북한군의 피해 정도와 관련해서 “전투 상황을 놓고 보면 피해가 엄청 크다”며 “우리가 전투할 당시 (투입된) 마지막 전투단이었다.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을 입어 마지막으로 참전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 유럽전략(YES) 특별회의' 공식 초청장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같은 달 25일 북한군 포로 리씨와 백씨를 총 1시간10여분 간 면담했다. 면담은 유 의원이 직접 우크라이나 당국에 요청해 이뤄졌고,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는 추가로 잡힌 북한군 포로는 없다는 단호한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포로로 잡혀 있는 북한군 병사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외교당국에서는 총력을 다해달라”며 “귀순 의지를 표명한 북한군에 대한 우리의 송환 의지가 패싱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더 신속하고 각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