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의 인연’ 한국을 찾는 스크랜턴의 후예들

입력 2025-03-04 11:01 수정 2025-03-04 13:59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감독 김성복 목사·사진)는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맞아 의료 및 교육 선교를 통해 조선의 발전에 이바지한 윌리엄 벤턴 스크랜턴(1856~1922) 선교사의 업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전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감리교회와 상호 방문 교류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김성복 감독은 “스크랜턴 선교사가 조선 땅에 온 지 140주년이 되는 올해, 스크랜턴을 파송했던 미국 감리교회(UMC) 오하이오 연회와 상호 방문 교류프로그램을 하며 스크랜턴 기념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교계는 1885년 4월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의 제물포 입항을 기점으로 한국 선교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140주년이 되는 올해 교파를 초월한 각종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감 서울연회는 이들보다 한 달 늦게 조선 땅에 들어왔지만, 의료와 교육 선교를 통해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우리 사회에 큰 발자국을 남긴 선교사 스크랜턴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좀 더 집중한다는 취지다.

다음 달 23일 내한하는 미국 오하이오 교회 대표들은 스크랜턴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상동교회 아현교회 동대문교회) 등을 방문하고 설교할 예정이다. 또 이화여대의 채플에 참여하며 한국 젊은이들과 교제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외에도 방한 기간에 판문점 방문, 한국교회와 선교 협약 체결 등의 계획을 하고 있다.

서울연회는 이들의 방문에 맞춰 양화진 순교자 묘지에 스크랜턴 기념비 혹은 안내판을 세우고, 과거 동대문교회가 있던 자리에 스크랜턴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6월 8일부터는 서울연회 대표들이 답방 형식으로 미국 오하이오 연회를 찾아 두 나라 교회 사이의 새로운 선교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김 감독은 “140년 전 동방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 와 온 생애를 바쳐가며 복음을 전했던 스크랜턴 선교사가 뿌린 복음의 씨가 자라고 열매 맺어 한 연회를 이루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 후손들이 만나 140년의 인연을 기억하고, 다시 선교를 위해 협력하려는 모습에 스크랜턴 선교사는 천국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북감리교회 오하이오 연회 파송 선교사인 스크랜턴은 1885년 5월에 조선 땅에 들어왔고 당시 제중원에서 활동하던 앨런을 도와 의료 선교를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조선 땅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돌보는 일을 우선했다. 의료 선교는 물론이고 당시에 그가 세운 교회들 모두 민중이 살고 있던 열악한 지역에 있었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힘들게 장사하며 살던 이들을 위해 설립한 상동교회, 아이가 죽으면 버리는 ‘애오개 고개’로 알려진 곳에 아현교회, 백정들이 모여 살던 곳인 동대문에도 동대문교회를 세워 소외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와 소망을 전했다.

그는 교육 사업에도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1886년 그의 어머니인 메리 스크랜턴 여사와 함께 설립한 한국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은 고종황제로부터 ‘이화학당’이라는 이름을 받았고 오늘날 이화여자대로 발전했다. 스크랜턴 선교사의 활동을 통해 세워진 학교와 교회는 후일 조선의 개화와 독립운동, 그리고 대한민국의 근대화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크랜턴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대표적 인물이 바로 전덕기(1875~1914) 목사다. 스크랜턴에게 세례를 받고 목사가 된 전 목사는 공옥학교, 상동청년회를 견인하는 등 당시 구국 민족운동을 선도했고 독립협회 창립 회원으로 헤이그 밀사 사건, 국내 최초의 구국 항일 비밀결사체 신민회 창립 등을 주도했다.

기감은 미주연회를 비롯해 전국에 12개 연회로 조직되어 있는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이다. 이중 서울연회는 가장 규모가 큰 연회로 올해 감리회 선교 140주년에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