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보복’ 예고한 캐나다·중국… 멕시코도 플랜 가동

입력 2025-03-04 10: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를 비롯해 멕시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신규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겠다고 확인하면서 각국이 ‘보복 관세’를 예고하거나 대응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4일부터 시행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또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된 10% 추가 관세에 더해 10% 관세가 보태져 예전보다 모두 20%의 관세가 더 부과되게 됐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 발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이것이 캐나다인들에 생존 위협임을 알고 있으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위태롭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이 무역 전쟁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도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해 “양측 모두 패배로 가는 제안”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휘발유, 전기, 난방, 자동차 가격의 상승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예고에 대응해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6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관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캐나다가 보복관세 부과를 천명한 품목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의 오렌지를 비롯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테네시주의 위스키, 켄터키주의 땅콩 등이 포함됐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10+10% 관세’ 추가 부과 정책에 맞서 ‘반격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담화문에서 “미국은 펜타닐 등 문제를 이유로 4일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다시금 10%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금지 정책이 가장 엄격하고 집행이 가장 철저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중미 양국은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마약 금지 협력을 전개해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미국은 책임을 전가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관세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다른 국가의 권익을 존중, 근거도 없고 남과 자신에게 모두 이롭지도 않은 일방적 관세 조치를 즉시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도 ‘맞불 관세’로 응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는 그간 미국 정부에서 관세 부과의 이유로 내세웠던 마약 펜타닐 및 불법 이민자 유입과 관련해 한 달여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에 맞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결국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 부과 예외에 초점을 맞추고 당국 간 협상을 이어왔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플랜 A부터 D까지 다양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일부 현지 매체는 멕시코 정부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미국 시장을 대신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내 교역 강화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난국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보복 관세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 B(차선책) 시행을 지시했다”고 적은 바 있다. 당시는 애초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 개시 예고일을 사흘 앞둔 때였다.

TV방송 에네마스(N+)를 비롯한 멕시코 언론은 정부에서 이미 ‘미국 소비자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멕시코산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추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도 멕시코는 보복 관세로 맞대응을 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농축산물 등에 관세를 매겼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도 곧바로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 경제 장관은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