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항공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여객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갈등, 유가·환율 변동 등으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은 만큼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3.9원까지 치솟았다가 1460.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환율이 1460원을 넘은 건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이다.
여행비 지출 전망, 소비지출 지수 등이 전년 대비 줄어든 상황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여객 수요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 항공기 임대료와 연료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업종 특성상 환율이 올라가면 고정비가 늘어나게 된다. 비용에 민감하고 여객 수요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 입장에선 부담이 더 크다.
유가 변동성도 주시하고 있다. 항공사의 운영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 등으로 하락하던 유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국이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하루에 약 400만 배럴이다. 수입이 감소하면 다른 유종의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커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양국 간 직항 노선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건 국내 항공사 입장에선 기회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화물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친환경 대체 연료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 사용 등 친환경 정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호재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이 80%까지 적은 친환경 연료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무 사용량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데,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5배 비싸 항공사엔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책 이외에도 최근 일련의 사고들로 인해 안전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진 상황”이라며 “여러 방면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