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선교140년’ 여기저기 기념행사…함께 할 순 없나

입력 2025-03-03 15:49 수정 2025-03-03 16:25
교인들이 한국교회 연합으로 198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진행된 100주년 선교대회에 운집한 모습. 당시 대회에는 전국에서 400만명 가까운 교인들이 참석했다. 국민일보DB

140년 전인 1885년 4월, 미국 장로교와 감리교가 파송한 호러스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이를 기념해 주요 교단과 교회연합 단체는 다음 달 20일 부활주일을 전후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 총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3개 교단이 가장 먼저 기념행사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다음 달 3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140주년 연합 기념대회’가 주축이 될 전망입니다. 이들 교단이 꾸린 준비위원회에는 몇몇 교단이 추가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기념대회에서는 교단장들이 예배 사회와 설교, 축도를 맡고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후손도 참석해 인사할 예정입니다.

예배 후에는 학술세미나도 진행합니다. 세미나는 선교와 교육, 사회봉사를 주제로 신학자들이 발제하며 ‘선교 150주년을 향한 공동 선언문’도 발표합니다. 또한, 교단들은 ‘신학생 순례단’도 조직해 신학도들이 선교 발자취를 직접 돌아볼 기회도 제공합니다.

예장고신 총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지난달 중순 만남을 갖고 다음 달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토론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5월 중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한교총은 기념식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과 국제 학술 포럼, 기념 사진전 등을 열기 위해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이쯤 되니 의문이 듭니다. 같은 역사를 기념하는데 굳이 따로 할 이유가 있을까요.

40년 전 선교 100주년 기념식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1984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100주년 기념행사는 국내 주요 교단들이 대부분 참여해 조직한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범교회 연합 행사였던 셈입니다.

서울 여의도광장에 연인원 400만명의 교인이 모였던 100주년 선교대회가 100주년 기념행사의 꽃이었습니다. 대형 집회 외에도 교역자(영락교회) 어린이(여의도순복음교회) 청년(광림교회) 여성(이화여자대학교) 선교대회가 진행되며 열기를 더했습니다.

기념행사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는데 순교자 추모예배와 학술 심포지엄, 선교 신학 협의회, 교회성장 세미나 등이 차례대로 진행됐고 선교와 부흥, 선교신학의 역사를 조명한 각종 저서도 출판했습니다.

인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을 비롯해 양화진 한국기독교선교기념관이나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등이 100주년 기념행사의 결실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불과 40년 전 연합의 진수를 보여줬던 한국교회의 ‘따로 140주년 기념식’에 대해 신앙의 후대는 어떤 평가를 할까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기 시작해 거목이 된 한국교회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다른 날짜에 같은 역사를 기념하려는 현실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선교 140주년을 함께 기념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